[理知논술/대입논술 실전 특강]서강대 2008수시논술문제 해설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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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2008학년도 수시 논술 문제 해설

(문제 전문은 서강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서강대는 수시와 정시의 문제 유형이 다릅니다. 수시는 인문사회 계열과 경제경영계열로 문제를 구분해 출제하는 반면, 정시는 계열별로 문제를 구분 짓지 않습니다. 경제경영계열 지원 학생들도 인문사회계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150분 동안 3문제를 푸는 수시와 달리 정시는 120분 동안 500∼600자 1문제, 1200∼1400자 1문제 총 2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서강대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난 수시 2-1학기 문제 중 인문사회계열 3문제와 경제경영계열 중 인문사회계열에 속하는 [문제 3]만 다루겠습니다.》

제시문들 사이의 연관관계

찾아서 밝히라는 문제 많아

[인문사회 문제 1]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를 근거로 제시문 (나)를 비판하는 문제입니다. 먼저 제시문 (가)를 보면,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휴가여행을 떠나면 사물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우리는 주변 공간을 자동차의 창을 통해서만 봅니다. 보이는 풍경에 테두리가 있기 때문에 TV를 통해 보는 간접 체험의 세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테두리가 없는 세상을 만나게 해 줍니다. 저만큼 떨어져서 보는 세계가 아니라 현장 속에서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경험의 세계에서는 체험과 의식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제시문 (다)에서는 의미 없는 숫자들 속에 ‘오늘의 교통사고’, ‘발목 절단 자작극’ 등 끔찍한 사건사고들이 제시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끔찍한 사고들에 대해 슬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시인은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전자상가에 가서 ‘감정칩’을 업그레이드해야겠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직접 체험이 사라지고 간접 체험만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제시문 (나)가 바로 그런 상황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바로 우리의 체험이 미디어를 통한 간접 체험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신체를 통해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는 대신, 신체 기관을 대신하는 미디어를 통해서만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각각의 지각들은 파편화됩니다. 결국 의식과 체험은 분리되고, 의식은 유령처럼 몸을 떠나 배회하게 됩니다.

[인문사회 문제 2]

흡연에 대해 다루고 있는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공통된 시각을 찾고, 차이를 논하는 문제입니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공통적으로 흡연이 갖는 중독성과 부작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가)에 따르면, 흡연은 ‘재계(마음과 몸을 깨끗이 하고, 부정한 일을 멀리하는 일)’를 못하게 하고, (나)는 흡연이 많은 병과 역기능을 야기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두 제시문 모두 담배가 육체적인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하는 데서 일치합니다.

그러나 담배를 안 피우고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집중하면 대성할 수 있다는 (가)의 시각과 달리 (나)는 담배가 곧 그의 삶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에 따르면, 담배가 갖고 있는 수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단순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갖게됩니다. 흡연은 시간과 육체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메마른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흡연가는 담배를 선택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그 순간만큼은 기계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에 침잠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즉 (나)에서의 흡연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 부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문사회 문제 3]

인간과 언어 사이의 관계를 보여 주는 네 제시문의 공통점을 찾고 연관관계를 서술한 후, 유사한 사례를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강대 문제의 특징 중 하나는 문제 속에서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를 찾아서 밝히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이 문제 역시 그렇습니다. 서강대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 점에 유의해야겠습니다.

제시문 (가)는 인간과 언어의 일반적인 관계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매개로 사회와 자연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좌우가 대칭을 이루는 인간은 사물을 자신의 형상대로 이분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언어에도 반영되어 오른쪽과 왼쪽을 구분 짓고, 이렇게 구분한 것을 균형이 있고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인식일 뿐 실재는 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좌우 대칭이 아닌 도다리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제시문 (나) (다) (라)는 이런 구분 짓기가 가져온 폐단을 보여 줍니다. 선과 악, 우리와 그들, 서양과 동양의 이분법으로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지요. 인간은 늘 스스로를 선으로, 우리로, 서양으로 여깁니다. 이런 구분 짓기는 필연적으로 상대의 정체를 악, 그들, 동양으로 규정짓게 만듭니다. 이러한 구분 짓기 위에서 제시문 (나)처럼 상대를 배척하거나, 제시문 (다)처럼 상대를 제거하려 하거나, 제시문 (라)처럼 상대를 지배하려는 행동이 나타납니다.(이 점이 바로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언어에는 이런 배타적인 규정화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령 ‘혼혈’이라는 용어로 우리 스스로를 피가 섞이지 않은 ‘순혈’로 생각하고,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우리를 ‘정상인’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이런 선긋기에서 벗어나려는 상생의 정신을 되새기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경영 문제 3]

영어 공용어론과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논술 공부를 조금 해본 학생이라면 익숙한 주제이지요. 문제의 요구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요구는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공통의 조건과 실제적 조건의 차이를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입니다. (가)와 (나) 모두 모국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주장인데, 잘 읽어 보면 두 제시문은 영어가 더 좋은 ‘이유’에서 일치합니다. 즉 둘 다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모국어와 비교해서 영어가 효율적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제 교류에 있어서의 효율성입니다. 먼저 제시문 (가)를 보면 일본어는 ‘가나’와 한자를 혼용하고 있는데 이 한자 때문에 문서 하나 만들 때도 구미인의 4∼5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불평합니다. 제시문 (나)도 인도에는 수많은 지역어가 있어서 같은 인도인끼리 대화가 힘들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것이 의사소통을 더 원활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또 제시문 (가)는 국제적 경제 교류에 있어서 효율성을, 제시문 (나)는 세계 문학을 창조하는 차원에서의 효율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제시문 (가)와 (나)의 실제적 조건의 차이인데요. 제시문 (가)는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제시문 (나)는 이미 영어가 공용어처럼 쓰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인도에서는 영어 공용어론에 대해 저항이 없겠지요.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제시문 (가)의 주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을 것입니다.

두 번째 요구는 제시문 (다)의 내용에 입각해서 제시문 (가)를 비판하는 것인데요. 제시문 (다)는 생물종이 획일화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세계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각 문화에는 저마다 다른 세계관과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각자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지혜가 인류의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환경 위기에서 동양의 자연관이나 유기체적 세계관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과거에는 몰랐던 것처럼 말이지요.

수많은 지역 문화 속에 담긴 지혜와 지식이 그 문화의 언어로 쓰였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 한자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선가 소멸되었고 한자로 된 정신적 유산이 후대에 전달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도가의 자연관이나 주역의 우주론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언어가 소멸되면 그 언어에 담긴 인류의 지혜도 동시에 사장된다는 것과 그 지혜가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낼 지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제시문 (가)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미라 스카이에듀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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