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하이킥]“해부하듯 읽으면 길이 보여요”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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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지난해 논술 1등 고선영 씨의 ‘실전 노하우’

‘아오자이’(베트남 여성이 입는 전통의상)가 그럴 듯하게 어울릴 듯한 청순한 인상의 고선영(20·사진) 씨.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 07학번인 고 씨는 지난해 정시 논술에서 1등을 했다. 학교 측은 그녀가 2등과 큰 점수 차로 합격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고 씨는 재수 생활 1년 동안 한 번도 논술 책을 잡지 않았다. 승부가 난 것은 수능 후 한 달 남짓 되는 기간이었다. 논술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이 기간엔 ‘문제와 제시문을 꼼꼼히 읽는 연습’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실전: 문제와 제시문을 해부하듯 읽어라

2007년 1월 한국외국어대 정시 논술고사 현장. 문제지가 배분되고, 시험 시간 120분이 숨 가쁘게 흘러갔다. 고 씨는 마음속으로 시험 시간을 둘로 쪼갰다. 1시간은 문제를 읽고 개요를 짜는 데, 나머지 1시간은 글을 쓰고 고치는 데 각각 배분했다. ‘논술은 요구하는 것이 분명한 글쓰기라서, 논제만 제대로 읽으면 어떻게 쓸지 훤히 보인다’는 소신에 따라, 글쓰기 전의 과정에 시간을 충분히 들였다.

첫 번째 문제를 읽었다.

“<제시문 1>과 <제시문 2>를 읽고 두 글의 공통된 도덕관에 대해 기술하고, ‘도덕의 가변성과 절대성’이란 측면에서 그 차이점을 논하시오.”(600자 내외)

얼핏 복잡해 보이는 문제지만, 끊어 읽으면 의외로 간단하다. 고 씨는 긴 영어 지문을 독해하듯이 논술 문제를 요구사항에 따라 끊어 ‘/’ 표시를 하고 번호를 매겼다. “①<제시문 1>과 <제시문 2>를 읽고 두 글의 공통된 도덕관에 대해 기술하고/ ‘②도덕의 가변성과/ ③절대성’이란 측면에서 그 차이점을 논하시오”라고 읽는 식이다. 600자짜리 짧은 글이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데는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②도덕의 가변성’과 ‘③도덕의 절대성’ 가운데 하나에 치우친 답안을 써 냈지만 고 씨는 ‘②가변성’을 기준으로 제시문 1, 2의 차이점, ‘③절대성’을 기준으로 제시문 1, 2의 차이점을 각각 구분해 꼼꼼하게 답안을 써 냈다.

“문제만 제대로 읽으면 본론의 체계가 잡혀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뜯어서 읽었어요.”(고 씨)

문제를 읽었으니 제시문으로 넘어갈 차례다. 고 씨는 번거롭더라도 한 문제를 풀 때마다 해당되는 제시문을 다시 읽는 방법을 택했다. 예를 들어 “<제시문 1>과 <제시문 2>를 읽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쓰라”는 문제 1과 “<제시문 1>∼<제시문 4>를 읽고 제시문별로 사회적 통제가 어떻게 적용하는지 쓰라”는 문제 3을 읽었다면, 문제 1의 관점에 따라 제시문 1∼2를 읽고, 다시 문제 3의 관점에 따라 제시문 1∼4를 읽는 이른바 ‘문제 맞춤형 제시문 독해법’을 쓴 것이다. 저마다 ‘∼의 관점에서’라는 조건을 붙인 문제들은 요구사항에 맞춰 제시문을 읽어야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마무리 논술 공부법: 첨삭 답안을 달달 외워라

수능 이후 한 달은 그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기간이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경제, 사회 관련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으려 했지만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쉬운 글만 읽던 습관이 들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학원에 등록해서 일주일에 두 세 편의 글을 쓰고 첨삭을 받았다.

“혈액형이 B형이라 평소엔 털털한데, 논술 공부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가 돼요. 나름대로 열심히 쓴 답안에 빨간 펜이 죽죽 그어진 걸 보면 기분이 나빠서 그걸 줄여 보려고 첨삭된 답안을 계속해서 읽었어요. 한 번 틀린 건 두 번 틀리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실전 일주일 전부터는 문제와 제시문을 읽는 연습을 시작했다. 기출문제의 문제와 제시문을 읽고 답안을 어떤 구성으로 쓸지 머릿속으로 개요를 써 보는 과정이었다. 경북 포항시가 고향인 고 씨는 정시모집 전형 하루 전날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도 이 연습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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