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실전 특강]2008 연세대 수시 논술 해설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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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수시 2 논술 시험은 동서양 개인윤리와 정치철학의 대표적 개념 중 하나인 ‘중용(中庸)’과 수학의 기초개념 중 하나인 ‘대표값(평균값, 중앙값, 최빈값)’에 대한 문제입니다. 문제는 전부 세 개인데, 이 중에서 대표값의 개념으로 중용에 대한 제시문을 분석하라는 문제 3이 가장 큰 변별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 전문은 연세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 1]

공자에 관한 제시문 (가)와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제시문 (나)에 나타난 ‘중용’을 서로 비교하는 문제입니다. 문제의 유형만 놓고 보면 제시문을 잘 읽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같지만 (가)에 나타난 중용의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선행지식이 필요한 문제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가)에서 말하는 중용은 대다수의 소인은 행할 수 없는 군자의 덕목으로, 개인적 수양의 결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에서 말하는 중용은 중간계급의 덕목으로, 중간계급이라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미 구현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가)의 중용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의 중용은 중간계급만이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미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의 중용이 인간으로서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덕목이라면, (나)의 중용은 대다수의 사람이 합의하고 공유하는 가치로 볼 수 있습니다. (가)와 (나) 모두 중용에 의한 정치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가)의 그것은 중용을 실천하는 군자에 의한 정치를 지향하고, (나)의 그것은 대다수 사람의 합의에 의한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질서임을 의미합니다.

[문제 2]

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가)와 (나)를 각각 평가하는 문제입니다. (다)에 따르면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독창성이 중요하며, 독창성은 극소수의 천재들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혁신을 가져오는 소수의 천재가 사회의 관행이나 신념이 기계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습니다. 사회는 이런 천재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풀어놔야 합니다. 개성이 강한 천재들을 사회가 제한하게 되면 천재들은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히고, 사회는 이들에게서 혜택을 받지 못해 ‘하향 평준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천재는 얼핏 (가)의 군자의 개념과 상통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제시문에서 군자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어진 사람과 어질지 못한 사람의 중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천재와 대중의 중간이 곧 중용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공자는 재주가 많은 사람, 재주가 많은 제자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재주가 많으면 인자가 되기 힘들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가)에 드러나듯, 군자는 중용의 덕목을 갖춰 바람직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으나 지나친 것을 배제하는 중용은 천재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용의 덫에 갇힌 천재들이 혁신을 가져오지 못하면 그 사회는 발전하지 못합니다.

(나)는 대다수의 국가와 사람들에게 최선의 정치질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평등하며 동등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되고자 하고,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중간계급에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바람직하게 봅니다.

(다)의 개성이 강한 천재들은 이러한 사회에서 배제되기 쉽습니다. 천재는 ‘난폭한 사람’, ‘괴팍한 사람’이 됩니다. 결국 (다)의 관점에서 볼 때, (가)와 (나)의 주장은 사회를 정체시킨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이도 있는데요, (다)의 관점에서 볼 때 (가)의 사회가 천재를 배제한다면, (나)의 사회는 천재를 중간계급과 동등한 존재로, 즉 평범한 존재로, 범인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그 통제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 3]

제시문 (라)에 나타난 평균값, 중앙값, 최빈값 등 대표값의 특성을 이용하여 (가), (나), (다)의 주장을 논의할 것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논의’의 내용인데요, 이 ‘논의’에 자신의 ‘주장’까지 담아야 하는가, 아니면 ‘해석’으로 한정해야 하는가가 그것입니다. 문제의 요구를 보면 후자에 가깝습니다. 즉 (라)의 대표값의 특성을 가지고 (가), (나), (다)의 내용을 ‘해석’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연세대 문제는 특이합니다. 대부분 논술문제는 앞에서는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을 묻고, 뒤에서는 주장 전개 능력을 묻는데 여기서는 계속 이해력의 차원에서 문제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 문제의 특이한 점은 인문사회영역과 수리영역을 통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제까지 몇몇 기출문제와 같이 ‘수리적 계산’이 아닌, ‘수리적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 점은 향후 연세대 정시논술을 준비할 때도 참고해야 할 점입니다. 수리적 계산능력을 묻지는 않지만 수리적 개념에 대한 이해능력을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의 중용은 군자의 덕으로서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음’으로 중앙값에 해당됩니다. 중용의 도리는 쉽게 실천할 수 없어 중용의 덕목을 갖춘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소인입니다. 따라서 여기서의 평균값은 최빈값에 가깝고, 중앙값은 평균값과 최빈값에서 멉니다.

(나)에서 중간계급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즉 중앙값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간계급의 손에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바람직하게 봅니다. 이를 위해 중간계급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말합니다. 즉 중앙값이 최빈값에 가까울수록 바람직한 사회가 되며, 그렇다면 평균값도 최빈값에 가깝게 됩니다. (나)에 따르면 중앙값, 최빈값, 평균값이 일치할수록 바람직한 사회가 되는 것이지요.

(다)는 (나)와 정반대입니다. (다)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보통사람들입니다. 만약 천재가 배제되는 사회라면 평균값, 최빈값, 중앙값은 서로 가깝습니다. (다)의 관점에서 이러한 사회는 발전이 없는 정체된 사회이며 반드시 지양해야 합니다.

윤형민 스카이에듀 논술원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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