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려대-연세대 수시논술 통해 본 정시논술 방향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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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회변화와 연관 지은 추론능력 중시

연세대 1시간에 1000자안팎 글쓸 수 있어야

지난달 24일 치른 고려대와 연세대의 2학기 수시모집 논술시험은 두 대학이 그동안 발표한 논술 예시문항이나 모의고사 유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향은 올해 정시모집에서도 이어지면서 각 대학의 고유한 논술 유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 고려대

인문계 논술은 최종 모의논술고사와 같은 유형의 제시문과 논제가 출제됐다.

‘인성시장’과 ‘감정노동’(자신의 진짜 감정과는 상관없이 감정 규칙에 따라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직)을 주제로 한두 개의 설명문과, 인간 소외를 다룬 김기택의 시 ‘사무원’, 보건·사회복지 종사자 수에 관한 통계표 등 4개의 제시문을 준 뒤 지문 요약과 시 해설, 제시된 통계 추이를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연관지어 설명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제시문<1>의 내용을 400자 내외로 요약하라는 첫 번째 논제는 핵심 논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사항들의 뼈대가 내용에 들어 있으면서도 구조적으로 완결성을 가지도록 잘 구성해야 한다.

제시문<2>의 논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3>을 해설하라는 두 번째 논제는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지만 해설의 정확성과 완성도, 내용의 풍부함에서 점수차가 벌어질 수 있는 문제였다.

표에 나타난 통계 추이를 한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설명하라는 세 번째 요구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1990년대 이후 1, 2차 산업이 감소하고 3차 산업이 증가하는 가운데 보건 및 사회복지 사업 종사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를 경제성장과 산업구조 변화, 노동자의 권리의식 강화, 사회보장과 복지의 증대와 연결시키도록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고려대 정시논술을 준비하는 인문계 수험생은 제시문 요약과 논지 파악을 중심으로 한 독해력, 도표를 해석하고 이를 사회 변화와 연관지어 추론하는 능력에 대한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 논술은 전체 5문항 가운데 순수한 과학탐구 논술이 3문항,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것이 1문항, 수학이 1문항이었다.

과학의 경우 교과과정에 포함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다뤄진 내용 등이 주로 출제됐다. 수학 역시 고교 교과서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 학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

청솔학원 김수중(과학탐구) 강사는 “고려대 자연계 논술의 특징은 ‘실제 생활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현상의 이유를 고교 교과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이용해 이해할 수 있느냐’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세대

인문계에서도 수학 개념을 활용하도록 요구하는 문제가 나왔다. 전체적으로 연세대의 6월 모의고사보다는 3월 모의고사에 가까운 유형이라는 분석. 정시모집에서도 3월이나 6월 모의고사 유형의 출제가 예상되지만 일부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답안 분량은 2600자로 모의고사 때의 3000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학생들이 3시간 내에 소화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따라서 연세대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1시간에 1000자 내외의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해 아는 것도 다 쓰기 어렵다.

연세대는 3개의 논제마다 평가요소가 될 요구 사항을 2, 3개씩 담고 있다. 평가요소의 다양화, 세분화를 통해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일이관지 논술 우한기 대표는 “빠른 시간 내에 요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제시문을 상호 연관시켜 비교,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연계 논술은 고려대와 마찬가지로 실제 생활과 연결된 내용이 많이 출제됐다. 과학논술은 평소 수능을 준비하면서 학습했던 내용을 실생활과 관련지어 이해하는 것으로 논술 준비를 하면 된다. 낯선 내용이라도 제시문을 충분히 이해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제시문은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주어진 일종의 힌트라고 보면 된다.

수리 논술의 경우 교과서 지식을 단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변형해 학생들의 응용력을 평가하려 했다. 수능 수리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이라도 반복된 유형 학습에만 길들여져 있다면 체감 난이도가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교과서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수학 학습’을 즐겨 온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했으리라는 분석이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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