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 승진, 기술직 1억5000만 원 - 행정직 5000만 원”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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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매관매직 성행” 주장 파문

박성철 공무원노총 위원장

“정년 늘어 손해라 생각안해”

국내 최대 공무원 노동조직인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박성철 위원장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승진을 위해 지자체장에게 5000만∼1억5000만 원의 뇌물을 주는 ‘매관매직’이 일상화돼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위원장은 28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사인 6급 공무원이 사무관인 5급으로 승진하는 데 대체로 행정직은 5000만 원, 상대적으로 승진 기회가 적은 기술직은 1억5000만 원의 돈을 지자체장에게 주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면 정년이 57세에서 60세로 3년 연장되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관행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5급이 되면 급여와 퇴직 후 받는 연금이 늘고 간부라는 명예도 생기기 때문에 5000만 원을 지자체장에게 줘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노총 측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돈으로 직급을 사고파는 행위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늘었다”고 주장했다. 6급 이하 공무원들이 정년 후 3년간 연장해 근무할 수 있던 제도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공노총은 재판이 진행 중인 엄창섭 울주군수 사건을 이런 관행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검찰은 지난해 1∼10월에 6급 직원 A 씨에게서 사무관 승진 부탁과 함께 7차례에 걸쳐 1억3500여 만 원을 받은 혐의등으로 엄 군수를 10월 구속 기소했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 공무원이 승진을 위해 뇌물을 주는 유혹을 느끼고 있다.

B광역 지자체의 공무원은 “정년을 앞둔 6급 공무원들은 승진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은 ‘돈이 들더라도 승진만 한다면 아깝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5급 이상 공무원은 60세, 6급 이하는 57세의 정년을 적용하는 제도가 부패의 원인”이라며 “지자체장들은 국회의원과 달리 후원회 등을 통해 정당하게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매관매직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뇌물 수수는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 모두 입을 다물기 때문에 정부의 행정 감사 기능만으로는 사실상 적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노총은 12월 4일부터 시작되는 정부와의 공무원 노사 본교섭에서 ‘공무원 정년 단일화’를 최우선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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