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고유가시대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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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값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단다. 이 가운데 더 충격적인 소식도 들린다. 독일의 에너지워치그룹(EWG)은 석유가 이미 고갈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석유생산량은 해마다 7%씩 줄어들 것이라 한다.

물론, 석유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놓고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석유를 언제까지고 무한정 뽑아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석유를 대신할 다른 연료에 대한 연구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급한 게 있다. 100년 넘게 이어져온 ‘석유 문명적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 시대에 비춰 미래를 바라보곤 한다. 전쟁이 세상을 휘감던 20세기 초, 미래는 하나같이 어둡게만 그려졌다. 그 시기에 무려 150판을 찍은 ‘서구의 몰락’이란 책에서 슈펭글러는 이제 유럽은 망해갈 뿐이라고 참담하게 내뱉는다. 조지오웰의 ‘1984’는 또 어떤가. 소련과 중공이 점점 커가던 시절, 오웰은 온 세계가 공산주의로 물든 모습을 암울하게 그렸다.

반면, 우리는 미래를 밝게만 바라본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이래로 줄곧 자라나기만 했다. 그러니 미래에도 경제성장이 계속되리라는 짐작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경제가 언제까지나 뻗어나갈 수 있을까?

예컨대, 우리네 아파트의 법적 내구연한(耐久年限·원래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40년 남짓이다. 지금 막 재개발한 아파트도 40년 후면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엄청나게 늘어날 낡은 아파트들을 어찌할지 걱정하는 이들은 드물다. 예전부터 통했던 ‘재개발 논리’가 곧 닥칠 재앙에 눈감게 하는 까닭이다.

‘인구는 앞으로도 늘어나고,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러니 새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돈도 쉽게 모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인구가 늘고 있는지, 경제 성장 속도가 예전 같은지 짚어보기만 해도 금방 드러나는 환상일 뿐이다.

‘석유 문명적 사고’도 아파트를 둘러싼 우리네 생각과 비슷한 데가 있다. 경제 성장은 누구도 딴죽 걸지 않을 ‘운명’처럼 여겨진다. 현대 문명의 뿌리를 이루는 석유와 다른 자원들은 화수분(재물이 계속 나오는 단지)이 아니다. 어쩌면 지난 세기부터 화려하게 피어난 소비문화는 비만 오면 우거졌다가 금세 시들어 버리는 잡초밭 처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성장보다는 절제를, 당장의 이익보다는 자원의 양과 상관없이 꾸준히 이어질 생활을 설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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