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석유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놓고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석유를 언제까지고 무한정 뽑아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석유를 대신할 다른 연료에 대한 연구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급한 게 있다. 100년 넘게 이어져온 ‘석유 문명적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 시대에 비춰 미래를 바라보곤 한다. 전쟁이 세상을 휘감던 20세기 초, 미래는 하나같이 어둡게만 그려졌다. 그 시기에 무려 150판을 찍은 ‘서구의 몰락’이란 책에서 슈펭글러는 이제 유럽은 망해갈 뿐이라고 참담하게 내뱉는다. 조지오웰의 ‘1984’는 또 어떤가. 소련과 중공이 점점 커가던 시절, 오웰은 온 세계가 공산주의로 물든 모습을 암울하게 그렸다.
반면, 우리는 미래를 밝게만 바라본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이래로 줄곧 자라나기만 했다. 그러니 미래에도 경제성장이 계속되리라는 짐작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경제가 언제까지나 뻗어나갈 수 있을까?
예컨대, 우리네 아파트의 법적 내구연한(耐久年限·원래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40년 남짓이다. 지금 막 재개발한 아파트도 40년 후면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엄청나게 늘어날 낡은 아파트들을 어찌할지 걱정하는 이들은 드물다. 예전부터 통했던 ‘재개발 논리’가 곧 닥칠 재앙에 눈감게 하는 까닭이다.
‘인구는 앞으로도 늘어나고,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러니 새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돈도 쉽게 모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인구가 늘고 있는지, 경제 성장 속도가 예전 같은지 짚어보기만 해도 금방 드러나는 환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성장보다는 절제를, 당장의 이익보다는 자원의 양과 상관없이 꾸준히 이어질 생활을 설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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