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명문대 유치전 ‘낙오’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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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20개-싱가포르 35개-中 100여개 大 유치

한국은 1개… 본국 송금금지 등 각종 규제로 발목

제주도는 최근 미국 조지워싱턴대 분교를 유치하려던 계획을 중도 포기했다.

학교 건물을 지어 달라는 조지워싱턴대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벅찼지만 무엇보다도 수업료를 본국에 송금할 수 없다는 한국 내 법규 때문에 분교 설립이 어렵다고 학교 측이 제주도에 통보한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해외 대학 유치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법규가 해외 대학 유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주요국의 해외 대학 유치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싱가포르는 최근까지 각각 20여 곳, 35곳의 해외 대학을 유치한 반면 한국은 1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 해외에선 대학 유치 바람

두바이는 글로벌 기업의 인재 수요에 맞춰 대학 교육 정책을 짠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기업이 늘어나면 IT 관련 단과대를 유치하거나 정원을 늘리는 식이다.

입사를 전제로 장학금을 주는 ‘기업 스폰서’ 제도를 도입해 인재를 유치할 뿐 아니라 맞춤형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수요에도 맞추고 있다.

또 대학에는 세금 면제와 토지 제공, 등록금 수입의 본국 송금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그 결과 두바이는 미국 미시간대 등 20여 곳을 유치했고 학생도 2003년 2000명에서 올해 1만 명으로 급증했다.

싱가포르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존스홉킨스대 등 해외 대학 분교 35곳이 있다. 이는 싱가포르가 대학 측에 재정보증까지 서 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준 결과다.

중국은 2003∼2007년 12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장쑤(江蘇) 성에 ‘국제대학촌’을 만드는 등 해외 대학 100여 곳을 유치했다.

○ 한국에선 ‘산 넘어 산’

한국에서 해외 대학 유치에 성공한 것은 전남 광양시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국제물류대 분교를 유치해 올해 9월 문을 연 것이 고작이다.

해외 대학 유치 실적이 지지부진한 것은 각종 규제로 유치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비(非)영리법인만 외국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고 분교를 설치하더라도 수업료를 본국에 송금할 수 없다.

또 수도권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학교를 아예 설립할 수 없고 학교 설립 비용을 금융회사에서 빌릴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병욱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해외 대학을 유치하면 유학·연수비용에 따른 서비스수지 적자를 줄이고 고급 두뇌의 해외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주요국의 해외 대학 유치 환경 비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싱가포르 중국 한국
등록금의 본국 송금X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X
세금 면제면제면제수익 사업에 대한 세금 부과
혜택 -용지 무상 제공
-민간기업에서 학교 설립비용 등 자금 조달 가능
-기업 스폰서 제도 운영
-용지 무상 제공
-연구비 50% 지원
-정부가 재정보증 등 행정 편의 제공
-용지 무상 제공
-건설비용 제공
-해외 인재 유치 장려금 지급(베이징)
-지방자치단체가 홍보 및 학생 유치 전담
-설립 비용 부분적으로만 지원
성과 -미국 미시간대 등 20여개 대학 유치 -미국 스탠퍼드대, MIT 등 35개 대학 유치 -영국 노팅엄대 등 100여 개 대학 유치 -전남 광양시 네덜란드 국제물류대 분교 설립 추진(단 1건)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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