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간통죄 논란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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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법도 사회제도 일부 시대-가치관이 달라지면 함께 변해야 하지 않을까

볼테르가 살던 시대, 프랑스 귀부인들은 ‘가구 들여놓듯’ 애인을 두었단다. 죄의식은 별로 없었다. 귀족들의 결혼이란 재산과 지위를 높이기 위한 비즈니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배우자에게 뜨거운 애정이 있을 리 없었다. 애인 사귀기를 ‘불륜’으로 금지했다면, 아마도 프랑스 귀족 사회는 수없이 결딴 났을 거다.

하지만 대부분 사회는 불륜을 엄하게 다뤘다. 기독교 성경에도 간음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려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아버지 중심 사회에서 불륜에 대한 처벌은 더욱 세다. 왜 그럴까.

가족이란 가장 오래된 학교이고, 직장이자, 사회보장제도다. 아이는 부모의 보살핌 속에 태어나고 자라며, 어른을 따라 자연스레 일과 법도를 배운다. 부모의 직업은 자식에게 대물림 되며, 늙은 부모는 자식의 보호를 받는다. 아버지는 모든 사회생활이 처리되는 ‘가정’이라는 우주의 중심이었다. ‘한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핏줄의식은 현재의 사회보장 증명서 같은 구실을 했다. 어머니가 낳은 아이가 다른 남자의 자식이라면 아버지의 보호막 아래 둘 이유가 없다. 불륜은 가족이 보장해 주던 모든 혜택과 보호막에서 내쫓기는 것을 의미했다. 내침을 당한 자가 다시 들어갈 자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이제 가족의 역할은 사회가 대신한다. 산모는 병원이 돌보고, 아이들 교육은 학교가 하며, 일은 직장에서 하고, 노후는 국가와 연금이 챙긴다. 가정은 점점 동호회처럼 되어간다. 절실한 필요보다는 정(情)으로 뭉쳐 산다는 의미다. 독신이 늘고 이혼도 많아지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간통죄 논란으로 초점을 돌려보자. 간통죄는 가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진다. 결혼에 성실할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프랑스에서는 ‘결손가정’이라는 표현 대신 ‘확대가정’이라는 표현을 쓴단다. 이혼한 엄마가 다른 남자와 재혼했다고 하자. 이는 슬퍼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는 자기에게 관심을 쏟는 사람이 예전 아빠와 지금 아빠, 둘로 늘어난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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