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제대학원 10년… 졸업생 489명 어디서 뭐하나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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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교육인적자원부가 국제기구와 외국계 기업 등에서 활동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한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졸업생 중 유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기구에 취업한 졸업생은 6명(1.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외 외국계 기업과 외국 대사관이나 경제단체 등 외국계 공공기관에 진출한 졸업생도 각각 38명(9.2%)과 8명(1.9%)에 그쳤다.》

반면 공기업과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공공기관에는 가장 많은 101명(24.5%)이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졸업생의 95%가 국제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22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1999년부터 올해 2월까지 졸업한 489명의 졸업생 중 413명(84.5%)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밝혀졌다.

○ 메이저 국제기구 진출은 처음부터 무리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기구, 외국계 기업, 외국계 공공기관에 진출한 인력은 모두 52명으로 전체 졸업생의 12.6%에 그쳤다.

특히 국제기구 중에서도 빅4로 꼽히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진출한 졸업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기구에서 일할 전문 인력을 국제대학원을 통해 단기간에 대거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매년 20명 정도를 모집하는 세계은행만 하더라도 매년 7만 명 정도가 지원하는 바람에 미국의 아이비리그급 대학의 대학원들조차 매년 합격자를 배출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10년밖에 안 된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이런 국제기구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은 솔직히 힘들다”고 말했다.

특정 국제기구 진출을 겨냥한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았던 것도 국제기구 진출자가 부진한 원인으로 꼽힌다.

○ 유엔 산하와 아시아권 국제기구 도전

서울대 국제대학원은 내년부터 IMF, 세계은행, WTO보다는 진출이 쉬우며 한국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강한 국제기구 진출을 겨냥해 이에 맞는 취업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 자문과 지원을 담당하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와 내년부터 방학 때마다 재학생 5명씩을 인턴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협약을 최근 맺었다.

한국이 주된 활동 국가인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와는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채용설명회를 여는 것을 논의 중이다.

또 재학생들의 국제화지수를 높여 국제기구 진출을 늘리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를 위해 재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일본 중국 싱가포르의 주요 대학에서 한 학기씩 공부한 뒤 서울대를 포함한 4개 대학 총장 명의의 공동학위를 받는 국제학 석사과정의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박 원장은 “지난 10년간 주로 국내 기업의 국제 전문 인력을 양성했다면 향후 10년은 아시아권과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활동할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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