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도 없고… 숲도 없는데… ‘철’없는 모기들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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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지하 정화조.

구청 방역 담당 직원과 함께 들어가 본 아파트 지하 정화조 통로 바닥에는 모기가 잔뜩 죽어 있었다. 정화조 뚜껑을 열고 국자형 기구로 떠낸 오물에는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가 득실거렸다.

이 아파트는 사무용 고층빌딩이 밀집한 도심에 있다. 주변에 산이나 하천도 없지만 모기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사계절 해충’ 된 모기… 살충제 판매도 급증

‘처서(處暑·올해는 8월 23일)만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과 달리 차가운 바람이 부는 최근에도 모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초구의 모기방역 담당자인 김형수 주임은 “처서 이후 모기가 사라진다는 속담은 이미 도시 지역에는 맞지 않는 말이며 모기 피해는 연중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1건이던 서초구의 모기 관련 민원이 올해 1∼9월 240건으로 갑절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모기가 연중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모기들이 난방이 잘되는 실내로 들어가 살기 때문이다. 모기의 평균수명은 1개월 정도지만 난방이 잘된 실내에서는 1년 가까이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의 정화조에는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도 모기가 발견될 정도다.

계절과 무관하게 모기 피해가 늘면서 관련 제품의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 초 10일간 살충제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몰인 GS이숍 설영철 과장은 “2년 전부터는 모기퇴치 상품을 연중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에도 예외없이 출몰

모기의 피해는 도심이나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발생한다.

아파트의 정화조나 물 저장고에서 모기가 대량으로 번식하는 데다 오래된 아파트에는 나무와 풀 등 녹지가 많아 모기가 살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또 도심에는 숲, 하천은 없지만 여름에 늘어난 모기들이 따뜻한 건물 안에서 옮겨 다니며 계속 생존하고 있다. 모기의 행동반경은 1km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는 환기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꼭대기 층에서도 모기가 발견된다. 실내에 놓은 화분의 물받이, 내용물이 남겨진 빈병 등에서도 모기는 알을 낳을 수 있다.

한국의 기후가 따뜻하고 습한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모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보건대 양영철(위생해충학) 교수는 “특히 올해처럼 여름과 가을에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가 모기의 서식에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모기와의 전쟁’ 골머리

모기와 관련한 민원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초구 등은 미꾸라지 같은 천적을 이용한 모기퇴치 방법까지 개발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충과 모기를 동시에 없애야 하기 때문에 ‘모기와의 전쟁’은 쉽지 않다. 한 번에 50∼15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몇 마리만 남아 있어도 계속 번식할 수 있다.

가정용 모기약으로 소용이 없을 때에는 민간방역업체를 부르거나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예전에는 모기를 없애기 위해 연막소독을 많이 했지만 인체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유충과 모기 서식지를 직접 찾아 살충약을 뿌리는 방법을 많이 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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