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검찰 고통 짐작하지만…구속, 판사 권한아닌 책임”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코멘트
이용훈(사진) 대법원장은 1일 신정아 씨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태에 대해 “검찰의 고통을 짐작하지만 대법원장이 구체적 사건에 간섭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찬을 하면서 영장 기각에 대한 검찰의 반발에 대해 “수사 관행은 그대로인데 검찰의 고통을 짐작하고 남는다. 검찰의 반응도 일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법원의 한계는 대법원장이 원칙을 선언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영장 심사는 개별 판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어 “구속은 판사의 권한이라고 생각하면 국민과 갈등이 생긴다. 구속은 판사의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과거에는 ‘당신 책임으로 하라’고 하니까 권한으로 착각하는 판사들도 있었다. 지금도 국민에게 권한으로 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법부가 국민에게서 믿을 만하다는 말을 임기 말에 듣고 싶어 판사들을 계속 만나고 그런다. 그런데 듣고 나면 금방 원위치로 돌아간다”며 사법부의 권위주의적 병폐를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는 아직 멀었다. 국민이 와서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당신들의 잔치’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장 기각을 둘러싼 법-검 갈등에 대해 그는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있을 수 없다.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며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법원은 예전에 고민을 해 보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 잘하는 데만 초점이 있다. 시간이 지나야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법원장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배심재판과 관련해 “일본 재판소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해서 언론이 반발하고 있다”며 “언론에 다 보도되면 선입견을 줘 배심재판을 못하게 되는데 언론도 함께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