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교수들 반응 “방향이 옳은데…” 불만표출 자제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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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뉴어(tenure·정년보장) 심사 제도의 강화는 이미 이뤄져야 했던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사진) 총장은 업무차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2일 본보 기자와 만나 “귀국한 뒤 테뉴어 심사에 대한 많은 보도와 그에 대한 반응들을 살펴봤더니 국민이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총장은 “KAIST는 총장이 교수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총장 직선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데다 과학기술 대학으로 살림살이가 간단하며 좋은 교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테뉴어 심사를 강화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며 “아마도 우리 대학에서 테뉴어 심사제도가 정착되지 않으면 다른 대학에서는 더욱 하기 힘들 것”이라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좋은 교수가 많아 테뉴어 심사를 강화하기 쉽다는 의미는 심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교수들이 전부 나갈 필요는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사 당사자들인 KAIST 교수들은 내부적으로 불만이 있지만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고 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도 이날 임원 회의를 개최했으나 테뉴어 심사에 대해 내부 논의만 했을 뿐 공식적인 견해 발표는 유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테뉴어 심사 강화가 방향 자체가 옳고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어 내놓고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더구나 전임 로버트 로플린 총장이 교수들의 집단 반발로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하고 떠나 집단적 의사 표시를 하는 데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이 과연 공정한 평가를 받았는지 한번 확인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이 같은 교내 분위기에 대해 “인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확인해 보니 나의 생각과 같아 신중히 평가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평가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총장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평가를 위해 외국 학계에 평가 서신을 요청할 때 ‘해당 교수의 논문이 세계를 어떻게 바꿔 놓았느냐’를 물었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교수들의 반발이 표출될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반발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교수 인원으로 높은 연구 성과를 내려면 차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취임 직후부터 이미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연구 성과에 따라 연봉 차이가 크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방문 때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를 방문했더니 한국과는 달리 새로운 것을 연구개발해야 하고, 그래야 테뉴어를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내가 이 학과에서 학과장을 지낼 때도 이런 분위기의 사람들에게 테뉴어를 주었다”고 전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 개혁은 옳은 방향” 金교육부총리 긍정 평가

한편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KAIST가 추진하는 대학 개혁은 옳은 방향”이라며 “대학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교육계 인사들로 구성된 교육미래포럼 등 교육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서남표 총장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다”며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먼저 교수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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