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 자료로 본 김상진씨 지원 의혹들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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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제안 접수 14일만에 초고속 협약 체결

협약 이행도 안했는데 27차례 940억 지원

“자기자본 전혀 없는 김씨에 외압없이 거액대출 불가능”

《재향군인회(향군)가 13일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에게 제출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아파트 사업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보면 김상진 씨에 대한 향군의 대출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자료는 2005년 6월 8일 향군이 처음 사업 제안을 접수한 이후 향군의 법률자문, 사업검토 자문, 사업계획서, 사업협약서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자기자본이 전혀 없었던 김 씨가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키지 못하는데도 27차례에 걸쳐 10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향군이 대출해 준 것은 외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협약을 맺을 때마다 최종 사인을 한 이상훈 회장도 무리한 투자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향군 관계자는 “사업의 타당성을 고려해 사업에 참가한 것일 뿐 외압은 없었다”며 “향군의 주택 투자사업은 사업개발본부장이 주도하며 향군 회장은 내용을 보고만 받는다”고 말했다. 》

▽100억 원 신청했는데 14일 만에 150억 원 지원 협약=김 씨가 한림토건 사장 명의로 향군에 사업 제안을 제출한 것은 2005년 6월 8일이다. 접수대장을 보면 이 사업 앞에 74건의 다른 사업이 신청돼 있다. D개발이 2월 김 씨가 신청한 지역과 인접한 연산동 아파트에 대한 지원을 신청했지만 사업성이 없다며 거부됐다.

그런데도 향군이 한림토건과 사업협약서를 체결하는 데는 1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향군은 6월 14일 한 차례 현지조사를 했다. 향군 관계자는 “평균보다 처리기간이 좀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의 편의를 위해 앞당기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한림토건이 아파트 용지 매입을 위해 투자금 명목으로 필요한 100억 원을 신청했지만 향군은 6월 22일 한림토건에 150억 원을 대출하기로 사업협약서를 체결했다. 토지 매입을 위한 계약금 용도로 120억 원, 기타 사업추진비 용도로 30억 원을 대출하기로 한 것.

향군은 “효율적인 토지 매입을 위해 처음 예상보다 더 돈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자문 변호사, 심의위원회 의견 무시하고 지원=향군은 한림토건과 협약을 체결하기 전 외부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자문에 응한 변호사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진행상황과 토지 매입 계약률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며 “토지 매입 진행률이 50% 이하면 참여가 불가하며, 70∼80% 이상이면 나머지 토지 매입에 대한 지가 상승 요인 등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6월 22일 협약을 체결한 이후 열린 6월 27일 사업개발본부의 계획 보고와 28일 심의위원회에서도 토지 매입 추진 결과가 50%에 이르면 150억 원을 대출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한림토건의 토지 매입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향군은 7월 7일 1차로 100억 원을 지급했다.

박 의원은 “6월 말 향군 내부와 외부에서 한림토건의 사업 참여에 대해 위험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언급했는데도 협약을 맺은 지 보름 만에 지급을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약정 어겼는데도 지원 강행=향군과 한림토건은 6월 22일 맺은 1차 협약서에서 “협약 체결 후 3개월 내 총면적 대비 3분의 2 상당 면적의 토지매입계약을, 나머지는 협약체결 후 6개월 내 종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면서 “위약사항이 발생한 경우 향군은 주식을 즉각 처리할 수 있고 한림토건과 김상진은 본 사업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3개월 후인 9월 30일까지 한림토건은 39.2%의 토지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2006년 1월 20일 향군은 세 번째 추가자금 150억 원 지원을 결정하면서 “한림토건은 1, 2차 협약서에 기한 사업계획을 약정대로 추진하지 못하므로 협약서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향군은 이행 의무 준수를 촉구하고 계획을 맞추기 위해 추가 자금을 예정보다 빨리 지급하기로 했다.

심지어 6차례 추가 지원 협약서를 맺은 뒤 27차례에 걸쳐 모두 940억 원을 지원했다. 향군은 사정상 종료된 대전 유성구, 대구 수성구, 부산 남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 등 다른 사업들의 돈을 당겨다가 추가 자금을 계속 댔다.

한나라당은 향군이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로비의혹 사건의 첫 단추로 보고 배후를 조사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향군 지원 과정의 의문점을 모두 풀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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