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변양균-‘신데렐라’ 신정아 상식 밖 행적들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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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가짜 박사’ 신정아 씨 비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문. 홍진환 기자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가짜 박사’ 신정아 씨 비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문. 홍진환 기자
‘e메일은 300∼500통인데 통화는 0건.’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 비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최근 두 차례나 깜짝 놀랐다. 변 전 실장과 신 씨의 아리송한 행적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변 전 실장이 신 씨와 2년여 동안 주고받은 e메일 300∼500통은 분량이 방대했다. 보낸 방법과 시기도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보낸 e메일 100∼200통의 대부분은 ‘입에 옮기지 못할 노골적인 내용’이었지만 그는 이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버젓이 본인 명의로 개설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예산처 근무 시절 그는 업무 시간 중 태연하게 집무실에서 e메일을 발송했다. 검찰 관계자는 “변 전 실장이 저녁식사를 끝낸 오후 9시 이후 가끔 사무실로 다시 들어와 e메일을 보낸 것 같다”고 전했다.

신 씨 역시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e메일 계정을 사용하면서 변 전 실장에게서 받은 e메일 내용만을 모아 하드디스크 4개에 나눠 저장해 뒀다. 반면 자신이 변 전 실장에게 보낸 e메일은 모두 삭제했다. 그래서 신 씨가 유독 자신이 보낸 e메일을 집중적으로 삭제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신 씨가 변 전 실장에게 보낸 e메일에 청탁 등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판단해 지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현실적으로 추적 가능한 신 씨와 변 전 실장의 최근 6개월 치 휴대전화와 사무실 번호 등의 통화 기록 일체를 조회했으나 두 사람이 직접 통화를 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남는 e메일은 수백 통인데,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는 통화 기록이 1건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과테말라를 방문한 올 7월 초 변 전 실장은 국외에서 신 씨의 가짜 학력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장윤 스님에게 직접 전화하지 않고 친구를 통해 간접 통화했다. 청와대 측도 “통화가 간접적으로 이뤄져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장윤 스님이 신 씨의 가짜 학력 의혹을 제기한 뒤로 변 전 실장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흔적이 남는 직접 통화를 꺼리고, 타인 명의 전화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신 씨와 의사소통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월에 신 씨는 서울 마포구의 원룸에서 변 전 실장이 머물렀던 광화문 오피스텔에서 800m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그 전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져 만날 기회가 훨씬 많았는데도 두 사람이 유독 통화를 피하면서 e메일로 자주 대화한 이유가 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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