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高大 정원감축은 상위법 위반”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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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고려대에 입학정원을 160명 감축하라고 지시한 것이 ‘내신 제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법률전문가 등에 따르면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시설 설비 수업 학사운영 등에서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한 경우 교육부가 기간을 정해 시정 및 변경을 지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정·변경 명령을 받은 대학은 주어진 기간 안에 이를 이행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을 경우 교육부가 해당 대학에 정원 감축, 학과 폐지, 학생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고려대에 보낸 공문에는 시정기간을 두지 않고 곧바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통폐합을 승인할 때부터 시정기간 없이 입학정원을 감축한다는 규정을 공지했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상위법인 고등교육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해마루의 한 변호사는 “모법(母法)인 고등교육법이나 상위 훈령에 어긋난 명령은 법치행정주의에 위배된다”며 “통폐합은 대학과 정부의 공적 계약이므로 당사자가 합의했어도 상위법에 어긋나면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마련한 ‘2006학년도 대학·전문대 행정 재정 제재 추진계획’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신설 대학이 법정 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편제가 완성되는 시기까지는 정원감축 예고만 할 수 있고, 완성된 뒤에야 정원을 감축할 수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교육부는 2006년 3월 통폐합한 고려대의 4년제 편제가 완성되는 2009년에야 정원 감축을 명령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원 감축 조치는 교육부의 자체 규정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원 감축이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에 학생을 뽑지 못하게 하는 조치는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입시정책에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 김미경(45·여) 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실시돼 동점자가 많아질 텐데 입학정원까지 줄이면 1점 차로 탈락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입시를 앞두고 정원을 줄이는 조치는 대학이나 수험생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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