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여수-순천-광양 통합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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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는 어업과 물류업이 발달해 부자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여수에 가면 돈 자랑 하지 마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본래는 작은 어촌이었지만 조선 성종 때인 1479년 전라좌수영이 설치되면서 조선 수군의 본거지가 됐다. 곳곳에 전라좌수사였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로 변모했다.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수시가 같은 광양만권에 속하는 순천, 광양시와 2010년을 목표로 통합을 추진하기로 5일 합의했다. 시민들도 60% 이상 찬성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인구 70여만 명에 면적이 부산과 울산을 합친 것보다 큰 또 하나의 대도시가 탄생하게 된다. 그 후엔 인근의 경남 하동, 남해군과의 통합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영호남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여수-순천-광양 통합의 당면 목표는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다. 외국의 경쟁 도시들에 비해 여수만으로는 인구 면에서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개최지 결정일(11월 27일) 이전에 통합 양해각서를 체결하려는 것도 그래서다. 세계박람회는 생산유발 효과 10조 원, 고용유발 효과가 8만여 명이나 되니, 놓칠 수 없다. 광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있고, 순천은 옛날부터 유명한 교육도시라 합쳐만 지면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다.

▷시군 행정단위의 통합은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40건이 있었다. 지금의 여수도 1998년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이 합쳐진 것이고 순천은 95년 순천시 승주군이, 광양은 95년 동광양시 광양군이 합쳐진 것이다. 주민의 정서적 거부감 때문에 통합이 쉽지는 않지만 성공만 하면 행정과 예산의 효율적 집행 등으로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 균형발전책도 좋지만, 지방의 진정한 경쟁력 제고(提高)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수-순천-광양의 통합 합의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듯싶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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