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 공개 강요는 헌법적 가치 무시 행위”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코멘트
법조계와 언론계는 검찰이 동아일보사를 압수 수색하려 한 것은 언론 자유의 핵심인 취재원 보호를 위협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수사기관이 기사와 관련해 취재원을 색출하려는 것은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이런 식으로 취재원을 캐기 시작하면 언론이 정부의 부정과 국가 비리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게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취재원 보호권 또는 은닉권은 언론 자유, 나아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의 기본권에 속한다”며 “기사에 대해 수사기관이 출처를 밝히라고 압수 수색을 하는 것은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일반 형사 사건과 같은 차원에서 다룬다면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안 자체가 언론사를 압수 수색할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 적법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성건 변호사는 “국가의 안위 등이 관련된 사안도 아니고 대선 주자끼리 정치적으로 다투는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 고발 사건에서 느닷없이 제3자인 언론사를 압수 수색하는 것은 영장 발부와 집행이라는 외형적인 적법성은 있으나 실질적인 적법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언론학계는 특히 수사의 수단으로 언론사에 대한 압수 수색을 택한 것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강경근(언론법) 숭실대 교수는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언론사에 대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데도 압수 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상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언론사의 뉴스 생산 과정을 압수 수색을 통해 밝히겠다는 것은 법원의 판결 과정을 조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법기관이 언론 자유에 대한 존중 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취재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 149조는 직무상 비밀과 관련하여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직업으로 변호사, 의사, 간호사, 조산사, 간호사,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등 14개를 인정하고 있다. 기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민웅(신문방송학) 한양대 교수는 “미국은 30개 주(2000년 기준)에 취재원 보호를 위한 방패법(Shield Law)이 제정돼 있다”며 “우리 형사소송법에 언론인이 제외된 것은 언론 자유의 중대성에 비춰 볼 때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언론 단체들도 이번 사안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자협회는 “수사를 위해 취재원을 밝히라는 것인데 검찰이 수사가 힘들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해야지 기자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검찰의 동아일보 압수 수색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낼 방침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최창규 위원장 직무대행)도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다음달 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안을 공식 안건으로 다루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언론노조 이영식 사무처장은 “검찰의 압수 수색 시도를 언론 자유의 중대한 침해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현진권 사무총장은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긴박한 상황이라면 (언론사 압수 수색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와 무관한 정치적 문제”라며 “현 정권이 정치적 위기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행동 같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