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의 엔진 남동공단 식어간다

  • 입력 2007년 7월 20일 0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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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전용 산업단지이자 인천지역 노동자의 3분의 1을 고용하고 있는 인천 남동산업단지(남동공단).

이곳의 공장주나 노동자들은 요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토지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생산원가가 너무 높고,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주최로 18일 남동공단 내 인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남동산업단지 활성화, 무엇이 과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남동공단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해부하고, 인천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방안이 논의된 첫 포럼이었다.

○ 추락하는 공단

남동공단 내 땅값은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0년에만 해도 평당 100만 원 안팎이었지만 요즘 600만∼8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공장주들은 매출이익이 줄어들자 공장 임대업자로 나서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남동공단에 입주한 4219개 업체 가운데 공장 임대를 하고 있는 업체는 2117개, 가동 업체는 3962개였다.

상당수 업체가 공장 전체를 임대해 주었거나, 일부를 임대해 주면서 공장 가동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영재 남동공단경영자협의회 부회장은 “남동공단의 땅값이 비싸졌고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최저 임금제를 적용해 생산원가가 높다”며 “저임금 노동자를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면 공장주들이 굳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이전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동공단의 최대 문제점으로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난 △배후주거단지 부족을 꼽았다.

발표자인 인하대 유해숙 교수는 남동공단을 ‘인천 최대의 생산기지이자 최악의 복지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유 교수는 “공단 내 60%의 기업이 기숙사가 필요하지만 기숙사 보유율이 16%이고, 녹지비율이 4.1%에 불과하다”며 “인천 전체 사업체의 35%와 전체 노동자의 30%가 밀집된 남동공단에서 노동복지를 전담하는 센터가 건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남동공단) 현황(2006년 말 기준)자료: 한국산업단지공단
입주 업체(개)업체 규모(개)터 면적(m²)
입주업체임차업체가동업체소기업중기업대기업제조업비제조업
42192117396236702920591만28만619만

임차업체와 가동업체는 겹치기(임차하면서 가동) 때문에 입주업체와 일치하지 않음.

○ 공단의 구조고도화

소규모 영세 공장이 밀집됐던 서울 구로공단은 1만 개의 벤처 입주업체와 금융가, 쇼핑몰, 대형 할인매장을 갖춘 구로디지털단지로 탈바꿈했다.

남동공단도 이런 형태로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는 이를 위해 ‘산업재생을 위한 공장 재배치’ 계획안을 내년 중 마련한 뒤 남동공단 구조고도화를 위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남동공단을 첨단산업기지이자 물류 중심지로 바꾸려 하는 것.

인천시 김태복 기업지원과장은 “이런 계획에 앞서 2009년 상반기 중 남동공단에 ‘종합 비즈니스센터’를 완공해 기업지원과 여성 노동자를 위한 보육사업, 외국인 노동자 복지 업무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홍진기 연구원은 “전국 18개 국가산업단지 중 남동공단의 기반시설이 가장 노후화됐고 사회복지, 문화환경이 열악해 구조고도화 사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점 육성업종 선정 △공단 재정비 및 용도지역 변경 △기업 지원 서비스 강화를 남동공단의 발전 전략으로 삼아 줄 것을 제안했다.

최정철 신화컨설팅 대표는 “남동공단의 토지가격 거품을 빼고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단 관리운영권을 국가에서 지방으로 넘겨 주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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