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영역 1등급 학생, A외고는 55% - D일반고는 0.6%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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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진지하게 풀고 있는 모습. 본보가 이 모의평가 성적을 심층 분석한 결과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일반계고의 학력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변영욱 기자
지난달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진지하게 풀고 있는 모습. 본보가 이 모의평가 성적을 심층 분석한 결과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일반계고의 학력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변영욱 기자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성적을 분석한 결과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일반고의 학력 격차가 큰 것으로 입증됐다. 현행 학교생활기록부는 1등급 4%, 2등급 7% 등 정해진 비율에 따라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우수 학생이 많은 외고와 자사고에는 수능 성적이 좋아도 내신 등급은 떨어지는 수험생이 많다. 이처럼 학교 간 학력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내신 반영비율과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수리 1등급 학생, 외고선 내신 4.6등급-일반고선 1.7등급

같은 외고도 지역따라 학력차… 특목고 “내신불이익 큰 걱정”

▽외고, 언어 수리 외국어 1등급 받아도 내신은 4등급=서울지역 2개 외고 592명 중 40%, 경기지역 3개 외고 1084명 중 22.4% 등 평균 28.6%의 학생이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이를 학교 내신으로 환산하면 3.4등급. 즉, 내신 4등급 학생 중 상위 40%까지는 3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셈이다.

3개 자사고에선 3학년생 961명 중 88명(9.2%), 일반고에선 1813명 중 36명(2%)이 3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이를 내신으로 환산하면 각각 1.7등급, 0.5등급이다.

이 결과를 감안하면 외고의 수능 1등급 학생은 내신 4등급 이내, 자사고는 2등급 이내에 들게 된다. 일반고에 가면 내신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영역별로도 학교 간 격차는 분명했다. 언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외고의 경우 내신 3.9등급, 자사고 2.4등급, 일반고 1.3등급 안에 든다. 수리 영역에선 외고 4.6등급, 자사고 2.7등급, 일반고 1.7등급이다. 외국어 영역에선 외고 5.1등급, 자사고 3.1등급, 일반고 2.1등급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각 대학에 내신 실질반영률을 30% 이상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어 외고, 자사고 학생의 내신 불리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수능 등급에 비해 내신 등급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대학별 고사에서 수험생 간 점수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내신 불리를 만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고, 자사고 학생들은 실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외고에 다니는 정모(18) 양은 “내신 상대평가제 때문에 공부를 잘해도 내신 등급이 나빠 상위권대 진학에서 절대 불리하다”며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그렇지 못한 학생이나 내신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한영외고 우동하 교사는 “학교 간 수준 차를 인정하지 않고 내신 비중만 높일 경우 오히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고끼리도 학력 차 커=서울지역 외고와 경기지역 외고의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 1등급 비율은 각각 40%와 22.4%로 내신으로 환산할 경우 4등급과 2.9등급이다.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외고의 경우 내신 2.5∼4.7등급, 자사고는 1∼3.1등급, 일반고는 0.2∼0.9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A외고의 경우 내신 4.8등급에 해당하는 54.8%가 3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경기 E외고는 내신 2.5등급에 해당하는 17.1%가 1등급을 받았다. A자사고는 24.6%(3.1등급), C자사고는 3.9%(1등급)로 나타났다. 일반고의 경우 서울 강남의 A고는 3.4%(0.8등급), 강북 D여고는 0.6%(0.2등급)에 불과했다.

외고와 일반고 간에는 학력 격차는 더 극명하다. A외고에서 내신 4.8등급에 해당하는 54.8%가 3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서울 강북의 D여고에선 0.6%만 모두 1등급이었다.

A외고의 내신 5.4등급, 6.3등급, 7.9등급이 각각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별로 1등급을 받았지만 D여고에선 각각 0.4등급, 0.5등급, 0.8등급에 드는 학생만 1등급을 받았다.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특목고 4등급이 일반고 1등급과 학력 수준이 비슷하고 일부 영역에선 7, 8등급이 일반고 1등급과 실력이 같다”며 “대입 전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학교 간 차이를 반영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내신이 개인의 정확한 실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신 반영비중을 무리하게 높일 경우 실력에 따른 공정한 경쟁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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