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잦은 지역 집중분석]신촌 오거리와 두류 사거리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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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 무는 신촌 오거리▼

곡선 교차로 넓어 상습정체
延大방면 도로 폐쇄가 대안

신촌 오거리는 충정로와 마포, 여의도, 홍익대, 연세대 등 부도심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로 서울 시내의 상습 정체 구간 중 하나다.

예전에는 고가도로가 지나고 도로가 원형으로 연결되는 로터리 구조였으나 고가가 철거된 뒤부터는 5개 방면이 만나는 별 모양이다.

자연히 모든 차로가 곡선인 데다 차량 소통이 많아 접촉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로가 휘어져 있는 것보다는 차량이 모두 만나는 교차로 중앙의 면적이 너무 넓은 것이 사고가 잦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차로 중앙 면적이 넓은 탓에 차량이 교차로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차량의 꼬리 물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교차로 면적이 넓기 때문에 차량의 꼬리 물기가 상습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꼬리 물기는 결국 교통 정체로 이어져 접촉사고의 큰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작정 정지선을 앞당겨 교차로 면적을 줄일 수는 없는 만큼 한쪽 방면의 도로를 폐쇄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제안했다.

우회도로 개설 등을 통해 연세대 방면 도로(왕복 4차로)를 폐쇄하면 나머지 4개 방향 도로의 정지선을 앞으로 당길 수 있다는 것.

김홍상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근본적으로 지하도로를 만들어 교차로를 입체화하는 게 가장 좋다”며 “하지만 교차로 밑에 지하철 2호선이 있는 만큼 통행량이 가장 적은 연세대 방면 도로를 없애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이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가들과 함께 신촌 오거리를 찾은 지난달 27일 오전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여의도 방향에는 택시가, 연세대 방면에는 영업용 트럭 등이 정차돼 있어 한 차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차량이 한 대만 불법 주정차해 있어도 차로 한 곳이 막히게 되고 이는 교차로 전체의 혼잡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임삼진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촌교차로는)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차로에 지하철과 연계된 지하보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보행자를 제대로 배려한 설계가 아니라는 것.

임 교수는 “지하보도가 있다는 이유로 교차로에서 최고 5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횡단보도를 설치한 것은 보행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신호체계 개선을 통해 교차로 인근에 횡단보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횡단보도 확충이 어렵다면 엘리베이터를 갖춘 최신형 육교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속 부추기는 두류 사거리▼

내리막길 차량들 ‘시한폭탄’
정지선 부근 요철포장 필요

지난달 25일 18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도로 곳곳에는 사고 현장을 표시해 놓은 흰색 스프레이 자국이 선명했다.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탓에 ‘끼익’하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파열음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위험천만하게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도 곧잘 눈에 띄었다.

임상진 교수는 “이 도로는 완벽한 십(十)자형 교차로이기 때문에 운영 시스템만 조금 바꾸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금방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그런데도 계속 이렇게 방치해 왔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이 도로의 지형과 제한 최고속도.

대구 시내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70km. 다른 지역보다 보통 10km 높다. 문제는 두류 사거리가 내리막길로 점점 가속이 붙는 구간이라는 점.

하지만 과속 감시 카메라는 교차로에 이르기 50m 이전 지점에 설치돼 있다. 따라서 잠시 속도를 줄였던 차들이 교차로에서 오히려 과속을 하기 일쑤다.

2004년과 2005년 이곳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무려 171명에 이른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양 방향이 경사로인 탓에 차량이 드문 야간에는 대형사고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며 “과속 방지가 이곳의 사고를 줄일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 등은 이를 위해 과속 감시 카메라를 더 많이 설치하고, 정지선 부근에 요철과 같은 과속방지 포장을 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구시가 시내도로의 제한 속도를 50∼60km로 낮춰야 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두류 사거리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교차로의 신호등 위치.

임 교수는 “넓은 10차로와 8차로의 두 도로가 만나는 상황에서 정지선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교차로 너머에 신호등이 있어 운전자가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운전자가 정지 신호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땐 이미 정지선을 지나칠 수 있는 만큼 신호등의 위치를 정지선 앞으로 당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횡단보도를 더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임 교수와 김 교수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곳에는 원래 네 방향의 도로를 잇는 4개의 횡단보도가 있었지만 2006년 지하철 공사로 지하보도를 만들면서 횡단보도를 모두 없앴다.

임 교수는 “지하보도를 이유로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아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횡단보도 설치를 권장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과속구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오히려 큰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며 “더욱이 10차로나 되는 지역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기보다는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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