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학생과학논술 대상 받은 이다은 양의 논술 노하우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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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한 제6회 전국학생과학논술대회에서 중등부 대상(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은 제주 동여자중학교 2학년 이다은(사진) 양. 이 양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사이보그가 된 가상현실을 설정해 ‘사이보그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생생하면서도 문학적으로 전달했다. 이 글은 웬만한 프로 작가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양을 만났다.》

책 읽다가 중요한 내용 나오면 꼭 메모해둬

치밀한 과학적 사고가 몸에 밴 학생일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과학논술도 보통 글쓰기와 같더라고요. 단지 과학적 지식이 조금 더 들어갈 뿐이죠.”

그의 글은 매끄럽다. 언뜻언뜻 깊은 지식이 묻어난다. 당연히 독서량이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많으리라. 하지만 예상은 또 빗나갔다.

“한 달에 두세 권 정도? 학교 공부하는 것도 벅찬데…. 책을 많이 읽지 못해요.”

그럼 타고난 ‘글쓰기 천재’란 말인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다만 독서법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권장도서’ 또는 ‘우수도서’를 고르지 않는다. 장르에 상관없이 내키는 대로 읽는다. 호기심이 생기지 않으면 중간에 덮어 버린다. 재미가 붙으면 끝까지 읽는다. 중요한 내용은 연습장이든 메모지든 아무 데나 기록해 둔다. 나중에 또 그 책이 생각나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다시 읽는다. 일단 ‘걸려든’ 책은 끝장을 보는 것이다.

‘찰리와 초콜릿공장’이 딱 그런 경우다. 처음에는 초콜릿과 과자, 사탕으로 건물을 만든다는 게 재미있어 이 책을 손에 잡았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장면들을 상상하는 게 좋았다. 그러다가 세 번째 읽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호기심과 ‘끝장 정신’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다듬고 다듬어야 좋은 글 된다는 것 알았죠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책은 아무리 읽어도 지식 습득이나 글쓰기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재미있는 책은 여러 번 읽어도 그때마다 느낌이 새롭고 상상력도 커지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과학논술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데도 ‘끝장 정신’이 한몫했다.

지난해 7월 그는 글 솜씨를 가늠해 보기 위해 ‘전국 고전 백일장 대회’에 응모했다. 입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 후에도 글쓰기 대회에서 거푸 쓴맛을 봤다. 오기가 생겼다.

“왜 계속 떨어지는지 궁금했어요. 나중에야 제 글이 모두 설익었다는 걸 알았죠. 글을 제출하기 전에 한 번 더 손을 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번 다듬어야 좋은 글이 된다는 걸 실패에서 배웠죠.”

마침내 8번째 도전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7전 8기의 성공은 평소 글쓰기 훈련을 해둔 덕분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다만 시작하기가 귀찮고 어색해서 그렇지….”

영화본 뒤 친구들과 스토리라인 심층 토론

그는 매주 한 번씩 시사문제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 칼럼을 골라 내용 전체를 원고지에 옮겨 적는다. 읽기만 해서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칼럼을 원고지에 옮긴 후 다시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나눠 보고 인용하기에 좋은 문구들은 밑줄을 긋는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자신이 옮겨 적은 칼럼을 반복해 읽는다.

영화 감상도 글쓰기 작업의 연장이란다.

지난달 친구 3명과 함께 ‘극락도 살인사건’이란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영화 평을 미리 읽어 뒀다. 영화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후 스토리라인이 적합한지, 왜 그 사람이 범인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요즘 무척 게을러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놈의 공부’ 때문이다.

“지금 제 글쓰기 실력의 맨 밑바닥에는 6년간 썼던 일기가 있을 겁니다. 일기는 다양한 주제, 다양한 글쓰기가 가능하니까요. 앞으로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며칠에 한 번씩은 꼭 일기를 쓸 생각입니다.”

제주=글·사진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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