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처장들 “입시요강, 대학 특성따라 결정할 문제”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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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인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이 발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인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이 발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와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단은 2일 잇따라 모임을 가졌지만 견해차가 커 정부와 대학 간의 갈등을 해소할 만한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입학처장들은 내신 반영 방법 등 각론(各論)에서는 의견 차가 있었지만 교육부가 대학의 선발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총론(總論)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는 내신 실질반영률을 50%까지 확대하고 8월 20일까지 2008학년도 입시안을 제출하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요구와 배치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립대 총장에 이어 입학처장도 교육부를 비판하고 4일 고려대 교수의회가 대학 자율권 침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경우 파문이 확산될 조짐도 있다.

▽“대학 자율성 훼손 말라”=이날 모임에 참석한 43명의 입학처장은 내신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은 대학 입시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교육부의 조치에 따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대 장훈 입학처장은 “지난달 29일 사립대 총장 모임에서 내신 50% 확대, 입시안 조기 제출, 기회균등할당제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 내용을 따르자”고 말했다.

한양대 차경준 입학처장은 “사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따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부 반대 의견도 있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며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정완용(경희대 입학처장) 회장은 “학생부 실질반영률을 포함해 이미 입시요강을 확정한 대학은 입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올해는 그대로 진행하고 실질반영률을 정하지 못한 대학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대학 간 견해차 확인=이날 회의에 참석한 입학처장 중 일부는 “대학들이 모여 입학 전형에 대해 합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 사립대의 한 입학처장은 “협의회 회장단은 입학처장들의 의견을 모아서 교육부와 협의하려는 것 같은데 입학전형을 왜 교육부와 협의해야 하느냐”며 “대학 처지에 맞게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입학처장은 “주요 6개대와 나머지 대학 입학처장 간의 견해차가 컸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회장단이 제시한 4가지 내신 실질반영비율 산정 방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기회균등할당제도 성토=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 회의 이후에 진행된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단 회의에서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이어 기회균등할당선발제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호서대 이경복 입학처장은 “이 제도가 실시되면 정원 외 입학 인원이 6만5000명이나 된다”며 “학생들이 수도권에 몰리기 때문에 지방대 31개 대학이 큰 타격을 받게 되는 만큼 협의회 차원에서 교육부에 개선을 건의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 기존 방침 되풀이=대학들이 협의해 구체적인 전형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온 교육부는 이날 입학처장협의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대학들이 일단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계산하는 방식부터 합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인철 대학지원국장은 “입학처장들이 만났다면 교육부에 공통된 견해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면서 “교육부의 원칙은 바뀌지 않겠지만 대학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대화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 집단 반발 거세질 듯=4일 교수의회를 소집해 교육부의 입시 지침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로 한 고려대의 경우 박유성 입학처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처장은 “입시전형은 각 대학이 정할 고유의 문제인데 여러 대학이 모여서 무슨 합의를 하느냐”며 “교수들이 교육부 입시안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뒤 방침을 정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려대 입학처장이 입학처장 모임에 불참하자 4일 교수의회에서 강도 높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교육부의 제재를 받더라도 학생선발 자율권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입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 초안을 마련한 서울대 교수협의회 역시 고려대 교수의회의 논의 결과를 주목하면서 이번 주말에 발표할 것을 검토하고 있고 연세대 교수평의회도 단과대 대표 교수들에게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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