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를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결로 몰아가나”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코멘트
‘대학 vs 정부’ 깊어지는 갈등 최근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확대 방침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총장 토론회를 계기로 교육 당국과 대학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김신일 교육부총리(오른쪽)와 이장무 서울대 총장의 거리가 서로 다른 의견만큼이나 멀게 보인다. 연합뉴스
‘대학 vs 정부’ 깊어지는 갈등 최근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확대 방침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총장 토론회를 계기로 교육 당국과 대학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김신일 교육부총리(오른쪽)와 이장무 서울대 총장의 거리가 서로 다른 의견만큼이나 멀게 보인다. 연합뉴스
“교육인적자원부가 요즘 사안의 폭발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나칠 만큼 대학 자율을 침해한 행동에 대해 교육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고 교육부 수장이 책임지는 사태까지 갈지도 모릅니다.”

장호완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지구환경과학부)은 지난달 3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립대 총장들의 집단 반발과 일부 대학들의 성명서 채택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장 회장은 “서울대 교수협의회에서도 논의가 있지만 4일 예정된 고려대 교수의회의 결과를 보고 서울대가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공동회장도 맡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 총장들과의 토론회 뒤 서울대 교수는 물론 다른 대학에서도 정부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어떤 태도를 표명해야 한다는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TV로 토론회를 생중계하면서 총장들을 윽박지르는 일이 세상 어디에 있느냐. 대통령이 ‘서울대가 자존심 때문에 그런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느냐”며 “그나마 고려대 총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해 “같은 서울대에 있었지만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면서 한마디 했다.

그는 “교육부총리는 이 나라 교육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차원이 다른 상징적인 격(格)이 있는 존재”라며 “152명의 총장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대통령비서실의 교육문화수석비서관도 아니고 교육부총리가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면서 해명이나 하고, 교육수장이 왜 저렇게 왜소하게 됐는지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격앙된 대학 분위기도 털어놨다.

“대통령이 서울대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고 해서 겁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오만이 드러난 게 더 큰 문제예요.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일단 성명서 초안은 잡아놨으며 사태 추이를 보면서 행동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말한 ‘상응하는 조치’는 서울대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다른 대학을 겨냥하고 한 말처럼 들렸다”며 “교육 문제를 교육 외적인 목표를 갖고 이념적, 정치적 상황, 즉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결 구도 같은 걸로 만들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장 회장은 고려대 교수의회를 주목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려대 교수의회가 정부의 대학 자율성 침해 행위를 놓고 모이는 것은 행동하는 지식인의 움직임인 만큼 모든 교수가 존경하고 경의를 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고려대 교수들의 행동은 국민에게 호소력이 있을 것이고 정부가 재정지원 중단 등 치졸한 행동을 한다면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고려대 교수들의 결정에 적극 동조할 것”이라며 “내가 공동회장으로 있는 국교련에서도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정부의 사립대 자율성 침해와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확대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부의 사립대에 대한 국고 지원이 10%밖에 안 됩니다. 그걸 받고 그런 억압과 간섭을 받아야 합니까. 내신을 50%까지 올리라고만 요구할 게 아니라 50%로 올릴 수 있는 교육 여건을 갖추도록 정책적 구안(具案)의 노력을 기울였어야죠. 그런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모든 책임을 총장에게 뒤집어씌우면 됩니까.”

그는 “서울대 평교수들의 경우 성명서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총장의 체면을 생각해서 일단 참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명서는 (총장 토론회 때문에) 기분 나쁘다고 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대학 ‘길들이기’의 표적이 되고 있는 서울대가 국립대로서 겪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한계가 많아요. 수험생과 학부모가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2008학년도 입시안을 바꾸지 않겠다는 이장무 총장의 결정을 믿고 밀고 나가는 겁니다. 서울대 교수들이 나서면 (정부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