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아이 독서지도]하루종일 책만 읽고 있는 아이?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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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하루 종일 책만 봐요.”

이런 말을 하는 엄마들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어 주느라 너무 힘들다는 투정이 섞여 있긴 해도 뿌듯함이 배어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우선 연령대가 대부분 3, 4세이다. 이 나이대는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이런 시기에 책만 본다는 것은 아이가 좋아서라기보다 엄마가 좋아서라고 말해도 좋다. 다시 말해 엄마가 ‘책만’ 읽어 주기 때문에 아이가 책만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또래 책 읽는 아이들의 엄마들을 보면 책 읽어 주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을 즐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이는 책이 정말 좋아서라기보다 (엄마를 통해) 접하는 세계가 책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어리면 어릴수록 엄마가 만들어 주는 경험이 전부다. 엄마와 함께하는 공간이 아이들 세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혼자서는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엄마가 기뻐하면 아이도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책 읽는 아이들은 책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엄마랑 함께 책을 보며 느끼는 유대감과 안정감을 즐긴다고 할 수도 있다.

3, 4세 때는 그렇게 책만 보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는 책을 손에서 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다. 분명한 건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친구랑 노는 재미도 대단하다. 새로운 세계의 재미에 빠진 아이들에게 책은 뒷전으로 밀린다.

집 안에서 책만 보며 지낸 아이들은 커 갈수록 오히려 책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책과 함께 다양한 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은 어려서는 다른 아이보다 책을 덜 보는 것처럼 보여도 커 갈수록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너무 책만 본다고 대견해하거나 기뻐할 일이 아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그런 아이들 중에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책을 보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책을 보면 엄마가 무조건 안심하고 기뻐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책이 만능은 아니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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