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입생 선발업무 전담 ‘입학사정관제’ 출발부터 삐끗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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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부터 신입생 선발업무를 전담할 입학사정관제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은 올해 실시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6∼9개 대학을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2009년까지 매년 학교당 2억∼3억 원씩 모두 20억 원을 지원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 90% 이상, 전임교원 확보율 57.5%(산업대 45%) 이상이며, 서면평가와 인터뷰 등을 거쳐 다음 달에 선정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선발 전문가를 채용해 학생의 잠재력이나 환경, 적성 등 계량화되지 않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입생을 뽑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대학들은 선발 인원이나 방법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대학이나 학부의 목적에 맞는 학생을 뽑고 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해 온 서울대도 난색을 표시했고,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하고 입학사정관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은 만큼 올해는 입학관리본부 전문위원들이 이 제도의 실효성을 자체적으로 시험할 계획을 세웠다.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입학사정관제를 제대로 하려면 입학사정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10명 이상 뽑아야 하는데 지원액이 최소한의 인건비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사립대들은 교육부가 내신 반영 방법까지 규제하는 현실에서 학생 선발 자율권을 갖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이 고교별 특성 등을 반영해 신입생을 자율 선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에선 특정 학교 출신이 많다는 등의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대학이 모든 책임을 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과 기존의 입학처 업무 및 조직과의 역할 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속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줘야 하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의 신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는 이르면 내년부터 농어촌, 사회적 배려자, 실업계 등 일부 전형에서만 이를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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