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부산 항만 자치 좌초하나

  • 입력 2007년 6월 13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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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 개항한 부산항은 부산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커 왔지만 부산시민의 손으로 운영된 적은 없었다.

그래서 항만 자치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컸고 이는 중앙정부가 관리해 오던 항만을 지방자치단체에 돌려 줘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져 2004년 1월 부산항만공사(BPA)가 설립됐다. 경쟁항인 중국 상하이(上海)항 등의 관리 체제가 공사로 바뀐 것도 자극이 됐다.

출범 당시엔 항만공사법에 따라 심의의결 기구인 항만위원회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하는 15명 이내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하되 시도지사가 추천하는 인사(부산 5명, 경남 2명)가 참여하게 돼 있었다. 또 사장은 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 중 시도지사와 협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공사 출범 3년 만인 4월 1일부터 항만공사법의 옥상옥(屋上屋) 격인 ‘공공기관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항만 자치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BPA를 좌지우지하고 나선 것. 부산시가 가지고 있던 BPA 사장 임명 협의권과 항만위원 5명 추천권은 완전히 배제됐다.

여기에다 최근 BPA가 지난해 벌어들인 211억 원 가운데 10%인 21억8600만 원을 정부가 배당금 명목으로 가져가면서 부산시민들이 발끈하고 있다. BPA가 대응을 잘못해 부산항에 재투자해야 할 돈이 정부로 들어갔다는 것.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사장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문턱 높은 관료기구가 하나 더 생긴 것 외에 BPA가 없었던 시절과 달라진 게 뭐냐”며 “BPA는 지방공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세인 항만 권한의 지방화에 역행하는 이번 사태에 대한 부산시의 대응이 궁금하다. 정책에 대한 실망이 시민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산시는 잊어서는 안 된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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