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류’씨…구청 해석 달라 첫째-둘째 류씨,막내 유씨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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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국가에서 기관마다 행정조치가 다르죠?”

5년째 호적 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류남정(柳南正·81·대전 서구 변동) 씨에게 대한민국은 ‘속 터지는 나라’다. 문화 류씨인 그는 지난해 6월 대전지법에서 성의 한글 표기를 ‘유’가 아닌 ‘류’로 써도 좋다는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법 민사1부는 당시 호적 정정 항소심 결정문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성의 한글 표기에 두음법칙 적용을 강제한 것은 헌법상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원심을 깨고 류 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03년 1월부터 수십 차례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 대법원에 진정을 내고 1심에서 패소한 끝에 얻은 승리.

그러나 그는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성이 자동으로 바뀌지 않자 자신의 본적지인 부산 영도구청에 결정문과 자신의 바뀐 호적을 제시하고 제적등본상 아버지와 자녀(6남매)의 성 표기를 고친 데 이어 결혼해 분가한 세 아들의 호적 정정에도 나섰다.

‘자녀는 부친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민법조항(781조 1항)에 따라 류 씨의 바뀐 호적으로 분가한 자식의 호적을 고칠 수 있다는 법원 호적담당자들의 조언을 받았기 때문.

그러나 3월 막내아들 본적지인 부산 사상구청과 첫째와 둘째 아들 본적지인 부산 금정구청에 정정을 요청했더니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금정구청은 정정을 해준 반면 사상구청은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질의한 결과 분가한 호주의 호적을 정정하려면 법원에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며 거절했다.

이에 따라 제적등본상 한글 표기를 고쳐준 영도구청으로 막내아들의 본적지를 옮겨 정정을 다시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상구청의 전례 때문이었다.

류 씨는 “판단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법원에 호적 정정 신청을 냈다가 행여 불허 처분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막내아들 본적지를 다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가정지원 호적계 관계자는 “민법 규정에 따라 자녀 호적의 정정이 가능한 줄 알고 조언했는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안 됐다”고 말했다. 또 류 씨 항소심 재판부는 “절차적 문제이고 다른 법원의 판단이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류 씨 외에 다른 문화 류씨가 성의 표기를 바꾸려면 두음법칙을 명시한 대법원 호적예규가 아직 존속하기 때문에 당사자마다 별도로 소송을 해야 한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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