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한화그룹 회장 아들”…첩보 받고도 수사 미적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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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출두한 김 회장의 경호업무 담당자인 한화건설 총무과 과장(오른쪽)이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조사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출두한 김 회장의 경호업무 담당자인 한화건설 총무과 과장(오른쪽)이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조사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뒤늦게 법석

경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술집종업원 보복 폭행 의혹 사건을 의도적으로 덮으려 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7일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팀을 확대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서고 있다. 첩보 입수 후 한 달여 동안 지지부진하던 수사 행태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경찰은 지난달 9일 0시 9분경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에서 손님이 직원들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신고자는 ‘매우 심하게 폭행했다. 가해자가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이라고 밝혔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S클럽 룸에 종업원 6명이 있었고, 이들 가운데 2명은 맞아서 부은 듯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경찰들은 이들 종업원이 “우리끼리 싸운 터라 신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자 다른 방들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철수했다.

‘(피해자들이) 맞은 흔적은 있으나 상호 합의하고 처벌을 원치 않아 종료했다’고 기록된 당시 경찰의 근무일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해자가 한화그룹 회장 아들’이라는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확인할 의지가 없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김 회장 일행은 클럽 내 다른 룸에서 다른 종업원들과 함께 있었으며 경찰이 철수한 뒤에도 1시간 정도 더 머무르다 클럽을 빠져 나왔다.

경찰은 또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3월 20일경 첩보를 통해 사건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S클럽 주변 상인들은 “사건 발생 다음 날 경찰관 한 명이 술집 주변을 돌며 탐문수사를 벌였다”며 “당시 그 경찰관은 전날 김 회장이 이곳에 온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경 서울경찰청에서 첩보 내용을 하달받은 남대문경찰서가 한 달간 보여 준 수사진행 상황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

24일 사건이 언론에 처음으로 보도된 뒤 경찰은 김 회장이 병 치료를 이유로 외국에 나가 있고, 아들도 미국 유학 중이어서 연락이 되지 않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은 22일 입국했으며 아들은 사건 이후 출국하지 않고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한화그룹 비서실 측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며 “출입국 관련 기록을 뒤늦게 확인한 뒤에야 김 회장 부자가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사건 발생 2, 3일 뒤 한화그룹 고문으로 재직 중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남대문경찰서 정희곤 서장에게 “한화 관련 사건이 있었느냐”며 문의 전화를 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최 전 청장과 장 서장은 경북대사대부고 동문이며 인사청문회 준비팀장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이에 대해 장 서장은 “수사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 왔는데 당시는 첩보가 하달되기 전이어서 ‘아니다’라고 대답했다”며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동안 수사에 아무런 외압이나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오던 경찰청은 이날 말을 바꿔 “조만간 남대문경찰서의 김 회장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감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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