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때 압수된 게임기 어디에…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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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경찰이 압수한 게임기들이 2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지하주차장에 방치돼 있다. 김미옥 기자
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경찰이 압수한 게임기들이 2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지하주차장에 방치돼 있다. 김미옥 기자
관리않고 주차장 등에 방치…일부 몰래 팔아넘긴 흔적도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불법 사행성 게임업소에서 압수한 사행성 게임기 906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서는 구청으로부터 주거 지역 물류창고의 컨테이너 4대를 빌려 게임기들을 보관하고 있지만 최근 “이달 말까지 창고를 비워 달라.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의 보관비용도 지원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컨테이너 문은 잠겨 있지만 감시 인력이 없어 유출될 우려도 크다.

검찰과 경찰이 압수한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 게임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일부 유출 의혹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정확한 실태도 파악 못해=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이상배 의원이 24일 법무부에서 입수한 ‘사행성 게임기 압수 보관 현황’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서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위탁해 사행성 게임기와 메인보드 5만1635개, 사행성 게임 PC와 모니터, 하드디스크 21만9134개를 보관 중이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이 게임기를 보관 중인 일선 경찰서의 보관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현황 자료와 일치하지 않았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게임기 40대와 게임기의 메인보드 163개를 보관 중이지만 방문 조사 결과, 메인보드는 한 개도 없었고 게임기 176대를 보관 중이었다. 이 의원 측이 서울 및 수도권 10개 경찰서를 방문한 결과 서울 서부경찰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료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검찰과 경찰이 자료와 보관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유출 우려=경찰이 사행성 게임장을 단속한 뒤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은 게임기 등 압수물에 대해 ‘보관 송치’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경찰서 창고나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극장, 공설운동장, 창고, 컨테이너 등에 보관하고 있지만 인력과 비용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유출 우려도 크다.

법무부는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현재 경찰이 위탁 보관하던 게임기를 게임장 업주가 임의로 처분한 2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한 사행성 게임기를 내부 관계자가 호텔 게임장 등에 팔아넘겼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감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울산지검 직원 2명이 압수물 보관창고에서 675만 원 상당의 오락기 ‘황금성’ 하드디스크,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훔쳐 빼돌린 사건도 일어났다.

경찰은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동이 지나간 이후에도 집중단속기간을 정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단속하고 있지만 상품권 대신 포인트를 사용하거나 술집 등으로 위장한 신종 게임업소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기 처분도 불투명=사행성 게임기 폐기와 처분 과정에서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관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기는 재판부에서 사행성 게임업소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모두 폐기하며, 사행성 게임 PC는 공개 매각을 통해 국고로 환수된다.

그러나 검찰은 폐기 명령을 내린 뒤 경찰의 폐기 결과 공문만 받고 실제 폐기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행성 게임 PC의 경우 공개 매각이 아니라 대부분 일선 경찰서별로 관련 사업자를 불러 물건을 감정한 뒤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압수한 사행성 게임기나 PC 등의 관리에 대한 감사원의 실태 감사가 시급하다”며 “압수물 관리의 허점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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