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잡는’ 한의학대학원 첫 입시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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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부산대에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될 예정이지만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한의학전문대학원입문시험(OMEET)의 문항 형식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수진이나 교육과정도 마련되지 않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해 말에야 한의학전문대학원 설치 대학을 결정하는 등 시간적으로 촉박하게 설치 일정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주도권 싸움에 졸속 우려=교육인적자원부는 2월 7일 2008학년도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첫 신입생 50명을 모집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발표했지만 OMEET 시행 사항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부산대는 원장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19일 교수 초빙 계획을 공고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대는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이 아직 정식 학제가 아니어서 원장을 임명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의사와 한의사 간 주도권 다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는 지난해 12월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 및 입문시험 연구개발 연구진’을 구성하면서 의대 교수 7명과 한의과대 교수 4명을 임명했다. 이에 대해 한의학계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의학정책연구원 소재진 수석연구위원은 “의사가 주도하면 한의학의 세계화와 과학화라는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5월 중 OMEET 시행 계획을 발표하고 8월 의학전문대학원입문시험(MEET)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입문시험(DEET)과 함께 OMEET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문항을 개발할 시간이 없어 올해는 MEET나 DEET 문항을 변형해 활용할 수밖에 없고 내년에나 자체적으로 문항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불만=시험 시행 계획 발표가 늦어지자 한의학전문대학원 수험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모집요강에 따르면 2008년 2월 대학 졸업 예정자의 경우 2학기까지 선수과목을 이수할 수 있지만 졸업자들은 1학기 중에 선수과목을 끝내야 한다.

교육부와 부산대는 당초 1월까지는 선수과목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생물과 물리 등이 포함된 선수과목을 2월에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선수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점은행제나 원격대학 등록이 1월에 대부분 끝나 학점 신청을 할 기회가 없었다.

수험생 이윤정 씨는 “요강 발표가 늦어져 인문계 대학 졸업자들은 응시조차 할 수 없다”며 “대학 졸업자도 2학기까지 선수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OMEET가 MEET나 DEET와 비슷하다는 말만 믿고 공부하고 있지만 전문학원마다 시험 과목이나 난이도에 대한 설명이 달라 혼선을 겪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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