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깔고 앉아 ‘일 덜 하겠다’는 은행 노조

  • 입력 2007년 4월 11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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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은행 창구 영업 마감시간을 오후 4시 반에서 3시 반으로 앞당기려는 데 대해 국민 반발이 거세다. 한 여론조사에선 반대가 91%에 이르렀다. 인터넷에는 비난의 글과 함께 ‘은행이 우리보다 일찍 문을 닫는 나라는 일본뿐’, ‘미국은 보통 오후 5시 반까지, 일부 은행은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토요일 오후 1시 반까지 고객을 맞는다’는 등 각국의 사례도 올라와 있다.

불황 속에서 은행 마감시간에 겨우 맞춰 자금 융통을 하는 기업들의 반응은 분노에 가깝다. 은행 노조가 이런 고객의 사정을 헤아렸다면 ‘은행원이 과로하고, 선진국도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추세’라며 제 몫 챙기기 주장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노동 강도가 강화됐다는 응답이 77%”라고 했다. 어떤 근로자가 이런 조사에서 ‘노동 강도가 약하다’고 답을 하겠는가. 은행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상시 퇴출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다른 업종의 근로자들에겐 사치스러운 소리로 들릴 뿐이다.

국민은 외환위기 때 세금으로 부실 은행을 대신해 고객 예금을 지급했고 부실채권을 사줬으며 부도위기 은행에 출자까지 했다. 그 후 은행 주가가 크게 올라 공적자금의 대부분을 환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긴 했지만 그 과실을 은행원들만 챙겨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상대적 고임금을 누리면서 서비스 덜 하기 발상이나 하니 ‘도덕적 해이’에다 ‘서비스경쟁 개념 부재(不在)’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앞두고 국내 은행들의 국제화가 부진하고 경쟁력이 크게 뒤진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는 판이다. 대표적 ‘귀족 노조’인 금융노조의 이번 요구는 설령 임금협상을 위한 ‘카드’라고 해도 옳지 않다. 사용자 측인 은행연합회도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지만 금융노조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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