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김우철의 생각나무]짝짝이 구두 신는 소피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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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엉뚱이 소피를 아세요? 아마 알고 있거나 한번쯤 들어 본 친구도 많을 겁니다.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이라는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으니까요.

소피에게 ‘엉뚱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늘 이상한 옷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소피는 사람들이 왜 똑같은 구두 두 짝을 신는지, 왜 똑같은 양말 두 짝을 신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늘 짝짝이 구두나 짝짝이 양말을 신지요. 그뿐인가요, 어깨에는 숄, 머리에는 터번, 목에는 몇 겹의 목걸이에다 허리에는 서로 다른 벨트를 세 개씩이나 차고 다닙니다. 다섯 개의 손톱에는 제각기 다른 그림을 그려 넣었고, 머리카락은 스물일곱 가지 색깔 리본으로 가닥가닥 땋고 다닙니다.

아마 누구라도 소피를 만났다면 정신이 이상한 아이가 아닐까 의심할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친구들은 “쟤 미쳤나 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라고 수군거립니다. 담임선생님은 부모님께 정신과 의사의 진찰을 받아 보라는 편지를 띄웁니다. 그러나 소피는 옷차림만 이상할 뿐 정신까지 이상한 아이는 아닙니다. 소피를 만나 본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진단했지요.

“소피는 용감하고 총명하고 독특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입니다. 그리고 아주 귀여운 아이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짝짝이 양말, 짝짝이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간다면 부모님은 뭐라고 할까요? 아마도 십중팔구는 “아직 철이 덜 들었구나”라고 말씀하겠지요. 심지어 “너 미쳤니?”라고 비명을 지르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엉뚱한 생각, 엉뚱한 행동은 어른들에게 세상 물정 모르는 분별없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엉뚱이 소피는 어째서 ‘용감하고 총명하다’는 말을 들은 걸까요?

그저 동화 속 이야기라서 그런 거라고요? 글쎄요. 그렇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위인이 어린 시절 엉뚱한 생각, 엉뚱한 행동을 곧잘 했으니까요. 병아리를 부화시키려고 달걀을 품고 있었던 에디슨이 그랬고, 말총 올가미를 만들려고 말 꼬리를 자르려다 뒷발굽에 채인 방정환이 그랬지요. 또 암기 숙제를 앞에 두고 왜 외워야 하느냐고 되묻던 아인슈타인이 그랬고, 바보 온달에게 기어코 시집가겠다던 평강공주가 그랬습니다. 그러니 다 함께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엉뚱한 생각이 왜 가치 있는 일인지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들이 곧잘 엉뚱한 것은 ‘세상의 때’가 아직 덜 묻었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여기서 ‘세상의 때’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런저런 ‘고정관념’을 뜻합니다. 고정관념이란 우리 머릿속에 꽉 박혀서 좀처럼 바뀌지 않는 생각입니다. 밥 먹을 때는 어떻게 먹고, 말할 때는 어떻게 하고, 옷을 입을 때는 어떻게 입어야 한다는 크고 작은 생활 규칙들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만들어내지요.

사실 고정관념이 없다면 우리 공동체 생활 또는 사회생활은 불가능할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차가 출발하고, 인사를 하품으로 대신하며, 아빠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회사에 출근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모든 것이 뒤죽박죽될 겁니다. 고정관념은 우리 삶을 규칙적이고 질서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언제나 고정관념에 따라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언제나 똑같을 겁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 같은 행동만 되풀이할 테니까요.

모든 과학적 발견이나 역사의 발전도 누군가가 고정관념을 벗어던졌기 때문에 가능했답니다. 사과가 으레 땅으로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만유인력은 발견되지 않았을 겁니다. 오직 왕만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민주주의도 실현되지 못했겠지요.

소피는 바로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패션을 창조해낸 아이였습니다. 나중에는 친구들과 담임선생님도 소피처럼 이상한 옷차림을 즐기게 되었으니까요. 이처럼 엉뚱한 생각은 새로운 생활방식을 창조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익숙한 고정관념을 깨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오직 용감한 사람만이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지요. 소피가 바로 그런 아이였습니다.

※수지 모건스턴,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비룡소, 1997

한우리 독서논술 연구소 실장

함께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 위 글을 잘 읽어 보았나요? 위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생각해 보세요.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점에서 맞고, 잘못된 말이라면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는지 적절한 이유를 들어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세요. 나는 위의 내용이 여러분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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