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교수들의 ‘천국과 지옥’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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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능력과 업적이 교수를 ‘천당과 지옥’으로 갈라놓는다.

이 대학은 8일 전자전산학과 김충기(64) 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42) 교수, 물리학과 장기주(53) 교수 등 3명을 ‘특훈교수(特勳敎授·Distinguished Professor)’로 처음 임명했다.

서남표 총장은 지난해 대학 비전을 밝히면서 이 제도의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특훈교수는 말 그대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과 교육성과를 이뤄낸 교수다. 총장과 부총장, 단과대학장, 학과장 등의 추천을 받아 국내외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임명한다.

특훈교수는 최고 가운데 최고라는 영예와 함께 특전이 제공된다. 연봉을 30% 이상 더 받고 정년 후에도 비전임 교수로 계속 임용되는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KAIST는 강의가 시원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 교수에게는 재직 기간에도 강의를 강제 몰수한다.

A 교수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지 못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강의평가 등을 종합해 평가한 결과 A 교수의 강의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자 “교재 연구를 더 하라”며 강의를 주지 않았기 때문.

학교 측은 이처럼 연속 세 차례 이상 강의를 배정받지 못할 경우 퇴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A 교수의 사례가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나돌아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KAIST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올해 도입한 ‘영년제(永年制·테뉴어·Tenure)’는 명실상부하게 능력 있는 교수만 살아남도록 하는 제도.

올해부터 이 대학에 들어온 교수는 신입과 경력을 불문하고 앞으로 7년 전후에 능력과 업적을 평가받아 정년을 보장받든지 학교를 나가든지 해야 한다.

장순흥 교학부총장은 “지금까지 영년제는 정교수가 된 지 7년이 지나 시행했고 그나마 낮은 평가를 받아도 퇴출하지 않고 재계약해 왔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낮은 평가를 받고는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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