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지도 난감하셨죠?… 길은 있어요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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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여건상 학생 개개인의 글을 논술 지도교사가 일일이 첨삭해 주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고쳐 주는 데 첨삭의 무게중심을 둘 것이 아니다. “문제 파악과 글의 논리적 구조가 적절한지를 글의 전체적 맥락에서 점검하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첨삭이 될 것”이라고 서울대는 교사 연수 자료를 통해 조언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경희여고의 논술수업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학교 여건상 학생 개개인의 글을 논술 지도교사가 일일이 첨삭해 주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고쳐 주는 데 첨삭의 무게중심을 둘 것이 아니다. “문제 파악과 글의 논리적 구조가 적절한지를 글의 전체적 맥락에서 점검하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첨삭이 될 것”이라고 서울대는 교사 연수 자료를 통해 조언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경희여고의 논술수업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대가 교사들에게 제안한 읽기-토론-첨삭지도와 문제 출제

《공교육 현장의 논술 지도교사로선 난감한 경우가 많다. 독서지도에선 학생들에게 어떤 글을 읽혀야 하는지, 토론지도는 어떤 세부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그리고 개별 첨삭 지도의 초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교사 연수 자료를 통해 △읽기 지도 △토론 지도 △첨삭 지도 △문제 출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유의사항을 교사들에게 제안했다.》

○ 읽기지도는 이렇게

논술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써내기 이전에 문제 자체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학생은 주어진 제시문 자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논술문을 써내는 실수를 범한다. 읽기 지도는 논술시험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교육이다.

학생들이 제시문의 근거가 되는 배경지식을 폭넓게 쌓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배경지식 없이도 학생들이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 제시문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 보는 훈련을 시키면 효과적이다. 제시문의 전개 방식이 혼란스럽다면 학생 자신이 세운 논리에 따라 문단을 재배열해 본다던가, 주제 및 소재에 따라 각 제시문을 분류한 뒤 중요도 순서로 재배치해 보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이런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알기 쉽게 쓰인 글보다는 가급적이면 깊이 있는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고전을 원문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 토론지도는 이렇게

토론은 논술시험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기 위한 개요를 짜는 데 매우 효과적인 훈련이다.

여러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토론수업의 특성상 교사는 토론이 알맹이 있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사전에 원칙을 세워야 한다. 수업 초기에는 토론자마다 관점을 정해주고 시작할 수도 있고, 토론에 능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그들에게 먼저 발언권을 줄 수도 있다. 이때 교사는 △토론 참여 기회를 동등하게 줄 것 △발언 시간을 조절할 것 △사회자가 지명한 사람만 발언하며 남의 말을 가로막지 말 것 △인신공격을 삼가고 논리적 근거에 의한 이성적 토론이 되도록 할 것 등의 토론 규칙을 학생들에게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토론은 ‘명료화(토론의 주제와 자기주장의 관점을 명확히 하는 것)→상대 이해(상대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속에서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것)→비교분석(다양한 주장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종합판단(논리적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주장 및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것)’의 순서로 진행한다.

교사는 토론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자신이 수업의 방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특히 다음 3개 사항에 주의해야 한다.

①교사의 우월한 능력 때문에 학생들이 오히려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②교사 자신이 토론에 너무 몰두해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③토론 내용을 교사가 가진 인식의 잣대로 지나치게 거두절미하지 않도록 한다.

○ 첨삭지도는 이렇게

적지 않은 교사들은 교육 현장의 여건상 학생 개개인의 글을 첨삭 지도해 주는 것이 쉽지 않은 일로 생각한다. 이는 교사들이 첨삭 지도를 학생의 글을 세세하게 교정해 주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첨삭은 문장 하나하나를 고쳐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논술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학생 글을 받은 교사는 △문제 파악이 제대로 되었는지 △글의 전체적인 논리 구조는 올바른지 △사용된 논거는 적절한지를 꼼꼼히 따지고 학생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제시해 주는 것이 첨삭의 주요 내용이 되어야 한다. 학생 모두를 일일이 첨삭 지도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가급적 잘 쓴 글을 골라 대표 첨삭을 하면서 적절한 논술문 구성의 예를 보여 주도록 한다.

첨삭 지도 교사가 유의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 6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문장 표현의 세부적 교정에 너무 집착하지 않도록 한다. ②꾸준히 첨삭해 주되, 짧은 시간을 여러 번 해주는 것보다는 한두 번이라도 긴 시간 동안 심층적으로 첨삭을 해 주는 것이 낫다. ③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④적은 항목에 걸쳐 자세하게 지도해 주는 편이 많은 항목을 대충 지도해 주는 것보다 훨씬 낫다. ⑤잘못된 점뿐 아니라 잘된 점도 적시해 준다. ⑥결론 자체를 비판하지 말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한다.

○ 출제는 이렇게

먼저 ‘요약 문제’를 낸다. 주어진 글 전체를 몇 백 자나 한 단락, 아니면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통해 글의 주제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훈련을 쌓는다. 다음 단계로는 ‘논리적 해제 문제’를 출제한다. 대학별 논술 모의고사나 기출문제를 통해 논리적인 글쓰기 훈련을 하도록 한다.

최종 단계로는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논리적 창의성 문제’를 낸다. 이를 위해서는 제시문을 고를 때 특히 유념해야 한다. 제시문들이 논리적 해답 찾기에만 매몰될 경우 학생들의 창의성을 측정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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