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톨스토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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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겨울, 쉬지 않고 거리를 휘감는 찬 바람 때문에 사람들의 손발은 꽁꽁 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마음은 참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도대체 2004년 겨울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가운데에도 마음만은 따뜻했을까요? 지금부터 따뜻했던 겨울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빈 양은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조금 색다른 점은, 빵 가게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학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 말고는 그 어떤 ‘놀라운’ 점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그녀를 ‘빵집 천사 아가씨’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 그녀를 ‘천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떤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기에, 평범했던 그녀를 천사 아가씨로 만들었을까요?

사진 속의 그녀는 아주 부드럽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 노숙자들에게 빵을 떼어 먹여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사진 한 장 덕분에 그녀는 천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본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그녀를 천사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소리 없는 ‘선행(善行)’은 뭇 사람들의 가슴을 참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거리를 휘감던 2004년의 겨울이 왜 그렇게 따뜻했는지 여러분도 이제는 알겠지요?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다면, 지빈 양은 결코 천사라는 이름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어때요, 여러분도 그녀처럼 천사가 되어보지 않을래요? 그런데 천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잘 모르겠다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여기에 ‘천사가 되는 방법’이 고스란히 담긴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은 바로 세계적인 소설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입니다.

1881년 발간된 이 작품은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듯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면 가슴에 묵직한 깨달음이 남는 ‘놀라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해요.

세몬과 마트료나는 가난하고 고달픈 생활에 지친 부부입니다. 그들은 집도 없고 땅도 없습니다. 구두를 만들고 고쳐서 버는 품삯으로 하루하루를 겨우 이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얽매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득 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몬은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서지만, 결국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세몬은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너희들은 곤란하다고 하지만 나는 곤란하지 않은 줄 아나? 너희는 집도 있고 소도 있고 말도 있지만, 나는 알몸뚱이뿐이다.”

그런데 불평이 허공으로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세몬은 정말 알몸뚱이인 채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세몬은 ‘가까이 가 볼 것인지, 그냥 지나쳐 갈 것인지’ 한참 갈등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그런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도와주겠습니까?

세몬은 자신의 옷을 벗어 그에게 입힌 다음, 그를 집으로 데려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몸뚱이로 버려진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습니다. 천사 미하일은 말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살피는 마음에 의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인간이 되고 나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자신의 일을 여러 가지로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 아내에게 사랑이 있어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나를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두 명의 고아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은 모두가 두 아이의 생계를 걱정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인 한 여인에게 사랑의 마음이 있어 그 애들을 가엾게 생각하고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현대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사 미하일은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진짜 이유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19세기의 톨스토이가 21세기의 우리에게 묻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요. 묻기는 쉽지만, 답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물음에 여러분은 무어라 답할 건가요?

명금희 학림 필로소피 논술 전문 강사

※윤상철 교사의 ‘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는 필자 사정으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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