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심 딜레마’…부정적 의견 많자 후속 작업 유보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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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972∼87년 시국·공안사건 판결 중 재심이 예상되는 사건으로 224건을 분류한 것과 관련해 1일 변현철 공보관 명의의 자료를 통해 “사형, 무기징역 등 중형이 선고된 사건과 판결문상 피고인이 고문이나 불법 구금 등을 다퉜음이 명백한 사건들”이라고 밝혔다.

▽본보 1일자 A1·3면 참조▽

▶ 대법, 시국 공안사건 판결중 224건 재심대상 선정

▶ 무더기 판결오류 인정… 사법史 다시쓰는 셈

대법원은 2005년 9월부터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에서 이뤄진 시국·공안사건 판결 3500여 건 중 이 같은 기준에 따라 224건을 따로 분류했으며, 적절한 기회에 이들 사건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도 현행법상 당사자의 재심 청구 없이는 판결 변경이 어려운 만큼 이들 사건을 일괄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판결문 검토 작업 이후 지난해 말부터는 후속 작업을 유보한 상태다.

대법원 내에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과거사 정리에 나설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2008년 이후로 그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공보관은 이날 내놓은 자료를 통해 “재심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서만 각급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절차”라며 “재심청구가 없더라도 명예회복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은 현행법상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로서는 포괄적인 오류 인정을 통한 과거사 정리 방안을 공식화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는 개별 당사자들이 재심을 청구하고 법원도 일일이 재심을 통해 구제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런 한계 때문에 국회에서 재심 요건을 완화하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을 기다리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학자인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포괄적 재심은 현행법 절차상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재심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대법원이 판결문에 과거의 판결 잘못 같은 것을 명시할 수 있고, 이것이 원심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수월하게 하도록 작용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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