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폐광-농촌지역 중학생…연대 원주캠퍼스서 초청 수업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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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3주 동안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연세-강원 방과 후 교육’ 현장. 중3 학생들이 댄스스포츠의 일종인 ‘자이브’의 기본 동작을 배우고 있다. 원주=홍수영 기자
10일부터 3주 동안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연세-강원 방과 후 교육’ 현장. 중3 학생들이 댄스스포츠의 일종인 ‘자이브’의 기본 동작을 배우고 있다. 원주=홍수영 기자
가재가 헤엄치는 산골, 강원 횡성군 청일면의 청일중학교를 다음 달에 졸업하는 박현민(16) 양은 한 학년 한 반씩에 전교생이 23명에 불과하지만 중학교 3년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버스로 30∼40분 걸리는 횡성의 학원에 다니는 친구도 있지만 혼자 공부해도 끄떡없었다. 하지만 원주여고 진학이 결정된 현민이는 “원주 애들은 선행학습을 많이 한다는데 EBS나 학습지만으로 뒤처지진 않을지 불안하다”며 걱정했다.

강원 삼척시 하장면 하장중학교 졸업반 김이슬(15) 양은 반 친구가 13명뿐이다. 탄광촌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사람이 북적였지만 광산이 하나 둘 폐광되면서 인구가 많이 줄었다.

여학생, 남학생 가릴 것 없이 한데 어울려 축구를 할 만큼 허물없는 친구들. 하지만 3월이면 몇몇은 강릉이나 삼척 시내에 있는 고교로 떠난다. 이곳에 남을 이슬이는 “같이 자란 친구들마저 이곳을 빠져나가 고교 시절은 너무 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현민이와 이슬이가 10일부터 강원 원주시 흥업면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초대받았다.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강원교육청과 함께 교육환경이 열악한 태백 삼척시와 정선 영월군 등 폐광 지역과 홍천 횡성 평창군의 농촌 지역 중학생 750여 명을 캠퍼스로 불러들인 것.

이들은 3주 동안 무료로 대학 기숙사에 머물며 25명씩 한 반을 이뤄 특별 ‘과외’ 수업을 받는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교수들과 교내 연구소가 원어민 영어교육, 논술, 과학실험, 스포츠 등 교과 과정을 짜고 직접 강의에 나선다. 반마다 함께 생활할 대학생 담임교사도 뒀다. 대학 캠퍼스를 처음 밟아 보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빡빡한 수업 일정에도 책을 팔에 끼고 강의실을 옮겨 다니니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수업도 이색적이다.

1학년 수학 수업인데도 계산을 하지 않고 5명씩 둘러앉아 토론을 한다. 수학과 강사 채갑병 씨가 조별로 수학에 대해 느낀 점을 물었다.

강원 영월군 주천중 1학년 안도영(14) 군이 “수학은 골치 아프고, ‘너나 해라’ 싶다”고 하자 학생들이 “맞아, 맞아” 하면서 손뼉을 쳤다.

3학년 스포츠 수업이 진행되는 무용 연습실에서는 한국대학댄스스포츠협회장인 김경래 교수가 ‘퀵퀵퀵’ 소리를 내며 ‘자이브’의 기본 동작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쑥스러워 몸을 배배 꼬았지만 다리는 동작을 놓치지 않으려고 분주히 움직였다. 마주 선 이성 친구와 눈이 마주치자 ‘큭큭’ 웃음이 새어 나온다.

정갑영 부총장은 “대학의 시설과 인적 자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방학 때마다 이 같은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는 데도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원주=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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