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준상]해외로 떠나는 아이들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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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로 나간 조기 유학생이 3만5144명에 이른다. 동남아 지역을 택한 학생이 늘었다지만 대부분 영어연수를 위한 선택이다. 조기 유학생의 95%가 영어 연수를 한다고 보면 된다. 초등학교 6학년생 전체의 18%가량이 학교를 포기한 셈이니, 교실 공동화가 불가피하다.

작년 3만5000여명 조기유학

단기 어학연수의 기회 불평등 역시 심각하다. 비수도권 학생보다 수도권 학생의 해외 연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따라 유학 연수 수지의 적자규모가 급증세이다. 올 한 해만도 45억7000만 달러로 추정되며 5년 후에는 103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마을을 늘리고, 원어민 교사를 더 채용하고,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영어교육을 조기 실시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조기 유학생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이 전교조에 발목을 잡힌 교육인적자원부의 조기 영어교육정책을 믿지 않으며, 조기 유학 반대 논리의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학 연수 수지 적자 같은 단어는 조기 유학생 학부모에게 생경하다. 조기 유학은 저들에게는 오히려 흑자를 약속하는 교육투자다. 실제로 동남아 영어권 국가를 택한 조기 유학생의 경우 6, 7시간은 학교에서 영어로 교육받고, 방과 후에는 다시 일대일로 3시간 정도의 개별지도를 받는 현실을 직시하면 그것을 낭비라고 우기기 어렵다. 식비, 주거비, 골프와 같은 특기 적성 훈련을 포함해서 월 200만 원 미만의 경비가 드는데, 한국의 사교육 실정 및 빈약하기 그지없는 학교의 영어교육수업 현장과 비교하면 조기 유학을 마다할 중산층이 별로 없을 성싶다.

현직 교사의 아이도 교육 탈출의 대열에 수두룩하게 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정부는 저들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교육적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이제는 한국교육이 입시훈련투성이라고 비난하는 일이 지겹고, 교사의 질을 높이겠다는 홍보에 신물이 난다.

지금과 같은 공교육 체제를 더 끌고 가다가는 국가인적자원 개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녀교육에 실패해도 책임은 학부모에게 되돌아가는 판국에 학교를 따르지 않는다고 저들을 힐난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도 저도 못해 공교육을 믿고 학교를 따라가는 아이들에게만 손해를 보게 해서는 곤란하다. 공교육 전반에 걸친 혁신이 불가피한데도 교직 단체나 교사나 행정가는 아직도 철밥통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교육경쟁력은 떡잎부터 시작된다. 교육경쟁력을 부추기려면 조기 공교육 체제부터 대폭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초등학교에 병설로 설치하는 유치원부터 입시훈련을 시켜서는 곤란하다.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려면 학교 혁신부터 해야 한다. 조기 유학생이 귀국하기 시작하는 3, 4년 후부터는 중등학교 교실수업부터 달라질 것이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교사의 질과 학교 수준을 고집하면 교실대란은 불가피하다.

공교육 부실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또 이제는 영유아도 유치원에서, 가정에서 영어 영상물에 친숙하므로 영어구사에 대한 교사나 행정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은 한국이 영어교육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영어구사능력은 61개국 가운데 35위 정도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12개국 중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하기가 가장 힘든 국가가 한국이라는 평가에 당국은 변명 하나 제대로 못한다. 외국(학생)의 경쟁력을 능가하라고 윽박지르는 행정가들이지만, 그들 스스로 외국어 실력을 견줘 보겠다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없다. 외국인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수치는 아닌데 말이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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