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작업복이 부끄럽지 않은가” 울산시민, 노조에 분노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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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상대 10억 손배소 현대자동차의 회사 측 소송 대리인(왼쪽)이 8일 울산지방법원 민원실에서 이 회사 노조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내용의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울산=최재호 기자
노조 상대 10억 손배소 현대자동차의 회사 측 소송 대리인(왼쪽)이 8일 울산지방법원 민원실에서 이 회사 노조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내용의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울산=최재호 기자
“같은 식구인 민주노총에서도 비판을 받을 정도이니….”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시무식 폭력에 대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대국민 사과’를 제안한 8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만난 한 노조원(42)은 “극한 투쟁만 강행해 온 노조의 투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 시민과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현대차 노조를 비판하고 나섰으나 노조는 잔업 거부에 이어 10일 상경 투쟁을 앞두고 있다.

▽매일 159억 원 손실=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8일까지 8일간(근무일 기준) 노조가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함에 따라 8284대를 생산하지 못해 1276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매일 1035대를 만들지 못해 159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잔업 및 특근 거부가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면 피해 규모가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원화 가치 상승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터에 노조 문제로 인한 2000억 원의 손실은 결코 작지 않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한편 회사 측은 현대차 노조가 198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0년간 한 해만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고, 이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대수는 104만7677대(10조5402억 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등돌린 울산 시민들=울산 시민들은 현대차 노조가 새해 각오를 다지는 시무식장에까지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지난해 잦은 ‘정치성 파업’으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준 노조가 반성은커녕 연초부터 불법 폭력에 나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6) 씨는 “툭하면 파업을 주도해 온 노조 간부들이 시무식장에서 부회장과 사장을 폭행한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회사 측이 노조 간부 고발에 이어 8일 노조 등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이번에는 제발 법과 원칙대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울산지역 일간지의 자유게시판에 ‘해결사’라고 밝힌 시민은 “현대자동차 작업복을 입고 울산 거리를 다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노조 간부들도 엄연한 직원인데 어떻게 회사 사장을 폭행하고 시무식을 방해할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노조원만 글을 쓸 수 있는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글이 많이 실렸다. 이날 노조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시간대가 많았다.

▽정치권도 비판 한목소리=여야는 8일 연말 잔업 거부와 시무식 폭력 사태를 빚은 현대차 노조를 비난하며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현대차 노조의 시무식 폭력 사태는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오죽하면 현대차에서 ‘환율보다 더 무서운 것이 노조’라는 말이 나오겠느냐”며 “이번 사태로 노조 이미지와 정당성마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도 “(한때)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희망이었던 현대차 노조가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의 대명사가 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과 질서를 무시한 집단행동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고 결국 자기가 속한 기업과 가정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현대차 노조 파업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며 노조의 상경 투쟁은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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