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법무부 장관 “기업 자금조달 쉽도록 법 손질”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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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본보 기자와 만나 기업 친화적인 법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본보 기자와 만나 기업 친화적인 법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4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근 분식회계를 자진 수정하면 처벌을 면하게 해 주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온 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재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서다 본보 기자와 만나 최근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재계 신년인사회에는 대개 경제부처 장관들만 가는데 어떻게 왔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이전에 법무부 장관이 이런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초청장을 받아 보고 왠지 오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리는 경제정책위원회와 기업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상법 개정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현직 법무부 장관이 초청에 응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문답.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데,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우선 상법 개정안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 중 이중대표소송제, 집행임원제, 회사기회유용금지 등이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고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법조항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법무부에 ‘상법쟁점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는 재계, 시민단체, 정부 관료 등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한다.”

―상법 이외에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게 있는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이 남발되지 않도록 제소 당사자가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등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기업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동산(動産) 담보 범위를 확대하고 저당권을 담보로 활용할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보험법과 해상법 중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조항이 있는지도 분석하고 있다. 법무부는 경제부처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지만, 우리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경제부처들도 힘을 내지 않겠는가.”

―분식회계를 자진 수정한 기업들을 형사처벌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배경이 무엇인가.

“어두운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기업들에 줄 필요가 있다. 제3자가 분식회계를 고발하더라도 분식이 시정됐으면 기소유예 처분할 생각이다. 자진 수정한 자료를 수사자료로 활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김 장관은 검찰 재직 때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는데, 기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

“기업 비리 수사를 많이 해 보니까 기업의 구조가 꼬이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더라. 뒤로 정치자금을 줘야 하고 그러다 보니 분식회계를 할 수밖에 없는 정경유착 구조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현상이었다. 어느 기업이든 검찰이 손을 대면 당할 수밖에 없는 위험 속에 늘 처해 있었다. 이걸 구조적으로 끊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 왔고, 법무부 장관이 되고 보니 이게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강조한 것이 청와대나 여권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는데….

“(잠시 뜸을 들인 뒤) 나라를 잘살게 하자는 일인데 다 같이 의논하다 보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나. 청와대도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 나는 서민들과 관련된 법률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고, 기업이나 부유한 쪽에 기울어 있지 않다.”

―2월 말이나 3월 초에 특별사면이 있나.

“현재 기준과 범위에 대해 검토 중이다. 기업인들의 애로도 살펴야 하지만 국민 정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히 처벌을 받았거나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어서)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새해 벽두부터 현대자동차 노조가 시무식에서 소란을 벌였는데….

“불법적인 요구는 절대 받아 줘서는 안 된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문화는 일종의 ‘사회적 자본’인데 이것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A, B, C, D로 구분해서 D급은 훈방하고 했는데 이제는 작은 불법행위도 그에 상응하는 작은 처벌을 받게 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불법을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검찰의 수사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범인을 잡을 최소한의 방책은 갖춰 줘야 한다. 참고인 진술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자백감형제도) 등 수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9년 만에 사형 집행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현재 국회에 사형제 폐지 법안이 계류 중이어서 아무 선입견 없이 검토하고 있다.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지만,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정서도 있다. 사형제를 함부로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세가 아닌가 싶다. 반인륜적 범죄에까지 사형 폐지를 적용하는 건 곤란하지 않나 싶고, 사형 대상 범죄를 줄이는 절충안이 있을 수도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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