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총장, 제자 논문과 비슷한 내용 학술지 게재 논란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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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취임한 이필상 고려대 신임 총장이 제자의 논문과 비슷한 논문을 교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떤 논문이 비슷하나=이 총장이 1988년 교내 학술지에 실은 논문 2편과 2005년 교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한 편의 많은 부분이 제자의 논문과 흡사하다.

이 총장이 1988년 12월 교내 학술지인 ‘경영논총’에 발표한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연구’는 제자 김모 씨가 같은 해 2월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 구조에 관한 실증적 연구’와 거의 비슷하다.

또 같은 해 12월 교내 학술지인 ‘경영연구’에 실린 ‘외채관리에 있어서 통화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도 또 다른 제자 김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 ‘환위험관리에 있어 외환선물거래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연구’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이들 논문은 제자의 학위 논문과 제목이 닮은꼴이고 문장이나 도표 각주 공식 참고문헌도 상당 부분이 일치하며 일부 문장은 오탈자까지 같다.

이 총장이 2005년 8월 ‘대한경영학회지’에 실은 ‘기업집단의 경영구조와 기업성과 및 기업가치의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논문은 이 총장이 제1저자이며 논문 지도학생인 신모 씨 등 2명은 공동저자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신 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제목이 같고 결론과 참고문헌, 접근방법이 비슷했다.

이 총장이 자신의 저서 3권에 출처를 밝히지 않고 표나 그래프, 사례 등을 인용한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폴 스미스 교수의 저서 ‘Money and Financial Intermediation’에 나온 표와 사례, 공식과 그래프 등 특정 내용이 이 총장이 1985년에 펴낸 ‘금융론’, 1990년 ‘금융경제론’, 1997년 ‘금융경제학’에 각주 등 출처 표시 없이 게재됐다. 이들 책은 참고문헌에 스미스 교수의 저서를 명기했다.

▽“연구윤리 정착 최선 다하겠다”=이 총장은 26일 오후 2시 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문의 아이디어를 내가 구상했기 때문에 당시 부적절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며 “현재 연구윤리 관점에서 보면 적절치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1988년 논문에 대해 “직접 구상한 논문 주제와 기초자료로 학생들을 지도했고 가필과 첨삭과정을 거치며 학생의 논문과 내 논문이 비슷해졌다”고 해명했다.

2005년 논문에 대해서는 “신 씨에게 학술지 게재가 확정됐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출간 이후까지도 내가 제1저자로 등록된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관행이어서 문제되지 않았지만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투명한 연구윤리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저서에 대해 “스미스 교수의 책은 교과서와 같은 책으로 새 이론은 없다”면서 “다 알려진 내용이어서 각주를 달지 않고 참고문헌으로만 기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영논총 발표 논문과 유사한 석사학위 논문의 저자 김 씨와 신 씨는 이날 오후 2시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김 씨는 “당시 이 교수님이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고 조언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논문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2005년 5월 학회지에 게재가 확정됐고 이를 논문으로 만들어 그해 8월 졸업했다”며 “논문 표절의혹은 (시기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계 반응 엇갈려=H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1988년 당시는 교내 학술지에 실은 논문의 실익은 없었을 것”이라며 “20년 전의 관행을 지금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공동연구라도 발표된 논문을 다시 게재하는 것은 문제”라며 “제자의 논문일 경우 더욱 조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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