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흔드는 ‘통합논술의 힘’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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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에게 통합적, 다면적 사고를 키워 줄 청소년 교양서 시장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서울 혜원여고의 논술수업. 동아일보 자료 사진
통합논술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에게 통합적, 다면적 사고를 키워 줄 청소년 교양서 시장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서울 혜원여고의 논술수업.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지식인 마을’ ‘고전을 읽는다’ 등 청소년 교양서 시장 들썩

《청소년 교양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시행할 ‘통합교과형’ 논술시험 때문에 출판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소년 책 시장은 학습서 위주였다. 그러나 통합논술 준비를 단기간에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소년 교양서들이 주목받고 있다.》

수학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수학 콘서트’는 출간 한 달 만에 2만여 부가 팔렸다. 이후 ‘명화와 함께 떠나는 수학사 여행’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수학’ 등 중고교생을 겨냥한 수학교양서들이 잇따르고 있다.

‘수학 콘서트’를 펴낸 동아시아 출판사 한성봉 대표는 “모든 텍스트를 분석해 논지를 정립해야 하는 통합논술의 기본은 수리 논술”이라며 “수학교양서 뿐 아니라 청소년에게 다면적 통합적 사고를 가르치는 출판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판사가 직접 교육용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김영사가 지난달 펴낸 ‘지식인 마을’ 시리즈 15권은 1월부터 전국 대형 논술학원 4곳, 학교 2곳에서 통합논술 교재로 사용된다. 김영사는 국내 소장학자 36명이 참여한 이 시리즈를 논술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직접 만들었다. 신은영 편집실장은 “기획 단계부터 교육용 커리큘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영사는 고려대 평생교육원과 함께 ‘지식인 마을’을 바탕으로 통합논술을 가르칠 강사 양성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학교와 학원을 대상으로 통합적 사고력 학습 커리큘럼을 전문적으로 공급할 독립법인 ‘스쿨 김영사’도 설립한다.

70만 부 이상 팔린 ‘살아있는 교과서’ 시리즈를 비롯해 ‘교양을 읽는다’ ‘고전을 읽는다’ 시리즈를 잇달아 펴낸 출판사 휴머니스트도 논술 관련 독서를 안내하는 커리큘럼을 내년 2월경 내놓을 예정이다.

대형 전집류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처음 나온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논술 비중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판매부수가 늘어 지금까지 136종의 시리즈가 300만 부 이상 팔렸다.

청소년 교양서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는 데에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어린이 책 시장을 만든 ‘386 세대’의 자녀가 중고교생이 되는 시기라는 점도 한 몫 했다.

유재건 그린비 출판사 대표는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한 아이들이 중고교생이 되었고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통합논술이 어우러지면서 청소년 교양서 출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청소년 교양서 시장이 정착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 시장의 문제.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의 경우 어린이 도서 코너는 있어도 청소년 도서 코너는 따로 없거나 학습지 위주에 그친다. 휴머니스트 이재민 주간은 “아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가 캠페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유통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교양서들이 서로 비슷한 고전 요약이나 해설서 위주인 것도 문제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필자 부족으로 다양한 사고를 종합하는 청소년 교양서를 만드는 일이 힘들다”며 “특히 각 분야를 대표할 만한 학자들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책 집필을 꺼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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