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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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물원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도망쳤습니다.

코끼리는 자신을 둘러싼 쇠창살이 너무 싫었습니다.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튼튼하기만 한 쇠창살이 코끼리를 가로막았습니다. 한 때, 푸른 들판을 한가로이 거닐었던 코끼리는 옛날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매질을 하는 조련사 아저씨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먹이를 줄 때는 고마웠지만, 때때로 매질을 해대는 조련사 아저씨를 좋아할 수는 없었습니다.

코끼리는 슬픈 날이 늘어갔습니다. 하지만 조련사 아저씨는 코끼리의 마음은 모른 채, 코끼리를 관객들 앞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코끼리는 정말 외치고 싶었습니다. “아저씨, 나도 가끔은 쉬고 싶을 때가 있어요”라고요. 하지만 코끼리의 말은 조련사 아저씨에게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끼리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조련사 아저씨가 그만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 잊고 집으로 돌아갔지 뭐예요. 그날, 코끼리는 동물원을 탈출했습니다.

동물원을 탈출한 코끼리는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코를 치켜세웠다 내렸다하면서 자신의 탈출을 축하했습니다. 동물원 밖의 풍경은 낯설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코끼리는 마냥 기쁘기만 했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코끼리는 다시 슬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코끼리를 보자마자 달아나기에 바빴습니다.

코끼리는 바깥세상에서도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외톨이가 된 코끼리는 더욱 슬퍼졌습니다. 배는 고픈데 먹을거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 배는 쉴 새 없이 꼬르륵거렸습니다. 외로움은 커져만 갔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일 때쯤, 코끼리는 조용히 결심했습니다. 다시 동물원의 쇠창살 안으로 들어가기로.

동물원을 탈출한 코끼리가 외로움과 배고픔을 이겨내지 못해 다시 조련사 아저씨의 매질과 쇠창살이 있는 동물원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코끼리의 판단이 지혜로운 판단이라고 생각합니까?

독일 출신의 사상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로부터의 자유’와 ‘…에 대한 자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지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사람은 다른 동물과는 달라서 완전한 성장을 이루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 동안 부모님의 도움이 없다면 사람은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여러분이 갓난아기였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만약, 그때 보살펴 주는 누군가가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사실은 여러분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아이는 더는 외롭지 않고 힘들지도 않습니다. 힘든 일이 벌어지면, 언제든지 달려와 그 일을 ‘대신 해결해 줄’ 부모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부모님에게 기대어 살 수는 없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서 에리히 프롬이 말한 ‘…로부터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 과정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갈 준비를 잘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일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큰 일은 그 다음에 벌어집니다.

‘…로부터의 자유’를 얻은 사람은 이제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합니다. 더는 부모님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 사람 앞에는 ‘…에 대한 자유’가 놓여 있습니다. ‘좀 더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이 되는 일’에 대한 자유와 ‘이 세상을 좀 더 행복한 세상으로 만드는 일’에 대한 자유가 바로 그러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에리히 프롬은 ‘…에 대한 자유’를 감당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세상 곳곳에서 부딪치게 되는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도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늘 나를 보호해 주고 감싸 주었던 부모님과 같지는 않으니까요. 이처럼 ‘…에 대한 자유’를 누리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에 대한 자유’를 누리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보니, 많은 사람이 ‘자유로부터 도피’한다고 프롬은 말했습니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행복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땅히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감당해야 하는데, 자유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끼리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바로 ‘자유’였습니다. 그래서 코끼리는 동물원 ‘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떠났고, 드디어 ‘자유’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코끼리는 자기가 어렵게 얻은 자유를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코끼리는 자유로운 코끼리가 되는 일 ‘에 대한’ 자유를 감당하지 못했던 겁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도 코끼리처럼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싶습니까?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간 코끼리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유를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꼈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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