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부가 엄정해야 시위문화 바꿀 수 있다

  • 입력 2006년 12월 12일 2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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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반대하며 폭력 시위를 벌인 7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불법 시위 전력(前歷)이 있는 이들 피의자들은 6일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를 무시하고 명동 일대 차로를 점거한 채 과격 시위를 벌이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진압 경찰의 헬멧을 뺏는 등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카메라에 채증(採證)되기도 했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하는 판사의 재량권은 존중돼야 한다.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른 판사의 판단에도 일리가 있다. 검찰도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해 기소한 뒤 재판 과정에서 사회의 안녕질서를 파괴한 중대 범죄임을 입증함으로써 실형 선고를 받아 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의 무더기 영장기각은 ‘사법(司法)의 예방 기능’을 소홀히 본 것 같아 유감이다. 최근 일부 노동자 시민 농민 학생단체 등의 시위 양상은 갈수록 과격화 폭력화하고 있다. 걸핏하면 시위 현장에 쇠파이프 각목 죽창 화염병 등의 무기가 난무한다. 시민들이 심한 교통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부상의 위험, 재산상 피해, 업무 및 영업 방해 등에 시달리는 사례도 허다하다. 극소수의 집회시위 권리 악용이 방치됨에 따라 다수 시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통행의 불편이나 소음이 다소 있더라도 합법적 평화적 시위라면 시민들은 참을 수 있다. 오죽하면 팔짱 끼고 먼 산 쳐다보듯 하던 정부와 경찰이 폭력 시위에 대한 ‘불관용(不寬容) 원칙’을 밝혔을까. 공권력이 이 원칙을 관철하지 않는 것부터 문제지만, 사법부가 ‘소수에 의한 법질서 파괴와 다수의 피해’를 가볍게 여긴다면 누구를 위한 사법부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법이란 본래 공동체를 지키는 데 필요한 구성원의 합의와 공감대를 응축한 것이다. 법질서를 파괴하는 사람들은 공동체 구성원의 자격이 없다. 그런 점에서 법원의 이번 영장기각은 우리 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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