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고병원성AI…철새 ‘배설물 폭탄’에 전염됐을 가능성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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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닭 매장26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가에서 도살 처분한 닭 3600마리를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구덩이에 파묻고 있다. 익산=박영철 기자
감염 닭 매장
26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가에서 도살 처분한 닭 3600마리를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구덩이에 파묻고 있다. 익산=박영철 기자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까지의 악몽이 되풀이될 것인가. 닭이나 오리 사육 농가에 큰 피해를 주는 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2004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다시 발생했다. 2003년 12월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뒤 다음 해 3월까지 몇 차례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는 발생 장소 부근에 국내 1위 닭 가공업체의 도계장과 농장 등이 밀집해 있어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직 추가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겨울 철새가 한반도를 떠나는 내년 2월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2003년과 같은 바이러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것은 2003년 12월 10일.

충북 음성군의 한 닭 사육 농장에서 2만6000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해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전국 10개 시군의 19개 농장에서 발생했다.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는 총 530만 마리로 피해 규모는 정부 공식 집계로도 1500억 원에 이른다.

당시 첫 발생 시점에서 5일 뒤 주변 농장에서 AI가 또 발생했고 이후 충북 충남 전북 경북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역학조사 결과 이때 발생한 AI의 혈청형은 모두 ‘H5N1형’이었다. 이번에 발생한 것도 같은 종류다.

○ 철새가 옮겼을 가능성 높아

농림부는 이번 고병원성 AI 발생의 원인과 유입 경로 등을 밝히기 위해 수의과학검역원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역학조사반을 현지에 파견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철새에 의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발생 지역이 철새 도래지인 만경강과 금강 하구 등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사람이 AI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철새의 배설물을 밟은 뒤 농장에 갔거나 철새와 같은 장소에서 어울린 텃새가 바이러스를 농장으로 옮겼을 소지가 있다.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사람이나 차량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2003년 당시 발생한 총 19건 가운데 오염 차량과 기구로 인해 발생된 것은 11건(57.9%)이었다.

이번에도 차단선을 구축하고 차량과 기구를 얼마나 철저히 소독하고 통제하느냐가 확산을 막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 총리 ‘삼계탕 점심’

정부는 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닭고기 소비가 줄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농림부는 26일 오전에 차관 이하 국장급 간부가 모두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오전 11시에는 한명숙 국무총리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오대규 질병관리본부장 등과 함께 농림부 상황실을 방문해 박홍수 농림부 장관에게서 현황을 보고받았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AI가)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 (병든 닭 등은) 감염 즉시 폐사시키고 있어 외부로 유통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간 가열하면 죽는다는 점 등을 홍보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생산자의 피해가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 박 장관, 유 장관 등은 이날 경기 안양시 평촌의 한 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한 총리는 총리실 직원에게 나눠 준다며 안양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들러 직접 생닭 50마리를 구입하기도 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해외 고병원성 AI 피해

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1983년 미국, 1999년 이탈리아, 1997년 홍콩 등에서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3년부터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AI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03년 발생한 AI는 이후 모두 43개국에서 보고됐으며 한국을 포함한 29개국에서는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헝가리와 이집트에서도 발생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달 2년 6개월 된 아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도 2003년 발생한 고병원성 AI 때문에 5000만 마리의 사육 가금류 중 절반이 폐사하거나 도살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고병원성 AI는 모두 10개국에서 258건의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중 153명이 사망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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