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기말고사 끝나자 서울 논술학원 '만원'

  • 입력 2006년 11월 26일 15시 42분


코멘트
고교 기말고사가 지난주 끝나면서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정시모집 논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의 논술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26일 학원가에 따르면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 등 학원 밀집 지역에는 인근 지역은 물론 지방에서 원정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특히 대다수 학원이 각 학교의 기말고사가 끝남에 따라 금주부터 정시논술 대비반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논술 학원을 찾는 발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3일 밤 10시 대치4동 동사무소 주변 골목.

한 건물에 1~2개꼴로 들어선 논술 전문학원 거리에는 자녀를 데리러 부모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 학원생들이 밀물처럼 몰려 나왔다.

학원 앞에서 만난 한 고 3학생은 "수능이 끝난 뒤 논술학원에 등록해서 3시간 이상 수업을 듣고 있다"며 "수능이 변별력이 없어서 그런지 중상위권 이상을 중심으로 학원에 등록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대치동 P논술학원은 수험생이 지망하는 대학에 맞춰 명문대반을 별도로 운영한다.

주당 3회씩 매일 4시간을 가르치고 받은 코스별 수강료는 80만~100만원의 고액이지만 학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학원을 비롯해 대치동 논술학원 학생 가운데 30~40% 가량은 수업을 들으러 지방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치동 E논술학원은 "부산과 전주, 심지어 제주에서 평일 저녁 논술을 들으러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는 학생들도 있다"며 "정시모집 정규반 개설은 내달 4일인데도 지방 학생 비율이 벌써 30~4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정규반 개설 뒤에는 지방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울산 출신 재수생 김모(19) 양은 논술수업을 듣기 위해 아예 대치동 학원가 부근에 원룸을 구하고 학원에 등록해 본격적인 논술 준비에 들어갔다.

경남 창원의 K고는 수능 점수 460점 이상 학생 7~8명이 한꺼번에 서울 강남의 학원가로 논술 유학을 떠났다.

중계동과 목동 학원가도 대치동과 상황이 비슷하다.

학원들은 상경 문의전화가 쇄도하자 급하게 새 강좌를 개설하는 등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목동 C논술학원은 "친척집이 근처에 있다고 포항에서 올라온 학생도 있고 진주에서 온 학생도 있다"고 전했고, L논술학원 원장도 "차나 KTX를 타고 1시간 안팎이면 서울에 올 수 있는 충청지역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23일 밤 10시 중계동 학원가도 자녀를 마중 온 학부모의 승용차가 도로변에 빽빽했다.

고려대를 지망한다는 고3 윤모(18)군은 "수능이 끝나자 논술 대비반이 꽉 차서 새 반을 만들 정도로 학생들이 몰린다"고 했고,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는 마모(18)양도 "기말고사가 끝난 뒤 다니려고 미리 수강신청을 해놨다"고 말했다.

각 학교도 나름대로 논술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학원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다.

서울 J여고는 사회탐구 과목과 국어 교사를 중심으로 방과 후 논술 수업을 마련, 기출문제 풀이와 첨삭지도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다른 학교보다 활발히 운영되는 편인데도 학생들의 참여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이 학교 양모(18) 양은 "학교에도 논술 수업이 있지만 정보 교환을 위해서, 다른 학교 학생의 수준을 알기 위해 논술학원을 많이 다닌다"고 전했다.

지방은 서울보다 훨씬 상황이 열악하다.

대구 D여고 한 교사는 "학교에서는 준비에 어려움이 많고 아이들도 꺼리기 때문에 논술 및 구술 준비를 별로 못 하고 있다"며 "대부분 학생이 서울 유명 논술강사를 초빙한 S학원과 B학원 등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며 서울 원정 수업을 떠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창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지방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논술 공부에 한계와 불안감을 느끼는 모양"이라며 "`서울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는 정보를 듣고 서울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지방에서는 현실적 여건을 들어 교육 당국과 일선 고교에서 학교를 결석하고 논술 원정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편법으로 장기 결석을 허용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서울의 학원수강 확인서를 제출하면 '체험학습' 형태로 출석을 인정하고 서울로 간 학생에게 현장 학습에 한해 허용되는 '기타 결석' 처리를 해주기도 한다는 것.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오랜 기간 학교를 비우고 논술 원정을 떠나는 것을 허용해선 안되는 게 원칙이지만 더 잘 배우겠다고 서울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