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오명철]수능 후 행복해지는 비결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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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입니다. 우선 수험생과 밤낮으로 이들을 돌본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위로를 드립니다.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1, 2년 더 고생한 재수생들의 노고와 고통이야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아는 문제는 틀리지 말고, 찍은 문제는 정답이 돼 예상보다 1점이라도 더 받기를 바랍니다.

수능보다 인생 승자가 진정한 승자

58만 수험생 여러분. 누가 뭐래도 그대들이 가장 힘들었을 겁니다. 지난 1년간 어느 수험생도 맘 푹 놓고 보고 듣고 먹고 쉬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직 학년말 고사가 남아 있지만 다만 며칠만이라도 푹 쉬면서 영화도 보고, 1박 2일 여행이라도 다녀오십시오. 여러분은 모두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인생은 매사 자신이 믿는 대로 풀리는 것이니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가까이는 고교 3년, 멀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2년에 걸친 공부가 이날 하루 시험으로 판가름 나는 것은 가혹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결코 수능 성적순이 아닙니다. 담담하게 시험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인생과 미래를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능이라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마라톤 경기에서 승리하는 이가 진정한 승자입니다. 저 자신 한 대학에 내리 세 번이나 떨어지는 등 7전 8기 끝에 가까스로 대학에 진학한 바 있습니다. 대학 진학 여부와 상관없이 남다른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우뚝 선 이들도 많습니다.

110만 학부모 여러분. 여러분은 수험생들보다 더 조심스러운 나날을 보내셨을 겁니다. 자식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자리에 눕지 못하고, 막바지에는 교회와 사찰에서 철야 또는 새벽 기도를 드리는 이 땅의 학부모들을 보면서 ‘세상 어느 나라 부모들이 저처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까’ 되묻곤 합니다. 새벽녘에 곤히 잠든 아이가 깰까 조심스러워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잠자리도 같이 못한 부모들도 적지 않습니다.

고3짜리 딸을 둔 저 자신도 아이 공부에 방해될까 봐 밤늦도록 회사에 앉아 있거나 거리를 배회하곤 했습니다. 몇 달 전부터는 말과 행동은 물론, 먹고 마시는 것까지 삼가고 조심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의 이런 속마음을 알기나 할까요?

채점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은 무조건 자녀들을 꼭 껴안고 격려해 주세요. 그리고 말해 주세요. “언제까지 너를 지켜 주고, 힘이 되어 주겠다”고. 자녀들이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 준 것만으로도 정말 대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남편들은 오늘 저녁 아내들의 손을 꼭 잡아 주면서 “정말 수고 많이 했소, 고맙소”라고 말해 주세요. 아내 또한 남편을 꼭 껴안고 “그동안 소홀히 해서 미안해요. 당신도 애 많이 썼어요” 하며 등을 두드려 주세요. 오늘 이처럼 주고받는 칭찬과 위안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의 묘약’이 될 것입니다.

수험생과 부모의 위로와 맞절 감사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한 집에 고3 한 명만 있어도 온통 신경이 곤두서는데 그런 아이들을 몇십 명씩 데리고 씨름하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고3 담임과 교과 담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아침마다 모닝콜로 수험생을 깨워 준 담임선생님도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참교육은 교원단체가 아니라 이런 스승들이 이끌어 가신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난해 수능을 마친 어느 수험생과 부모가 맞절을 하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밤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서로의 수고와 희생을 위로하고 치하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수능 후 행복해지는 비결입니다.

오명철 편집국 부국장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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