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000원 ‘청자의 남자’…현대청자 1억에 판 윤도현씨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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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명인 윤도현 씨가 1억 원에 팔린 ‘청자상감당초문호’를 안아 보고 있다. 이 청자는 지난달 열린 청자문화제 특별 전시작으로 크기와 곡선 색상에 반한 구매자가 거액을 선뜻 내놓았다. 강진=연합뉴스
청자 명인 윤도현 씨가 1억 원에 팔린 ‘청자상감당초문호’를 안아 보고 있다. 이 청자는 지난달 열린 청자문화제 특별 전시작으로 크기와 곡선 색상에 반한 구매자가 거액을 선뜻 내놓았다. 강진=연합뉴스
27년째 고려청자의 맥을 이어 오고 있는 도공의 작품이 1억 원에 팔렸다.

‘고려청자의 고장’인 전남 강진군 대구면 청자촌에서 민간 가마인 ‘도강요’를 운영하고 있는 윤도현(63) 씨는 최근 충북 청주시의 60대 사업가에게 1억 원을 받고 자신이 만든 청자를 판매했다.

수백 년 된 청자 골동품이 수억 원에 팔린 경우는 종종 있어도 현대 청자 작품이 억대에 거래되기는 처음이다.

이 청자는 높이 100cm, 둘레 320cm, 무게 300kg의 ‘청자상감당초문호(靑磁象嵌唐草文壺)’.

이런 청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제작된 사례가 없다. 1977년 처음 고려청자 재현에 성공한 강진군 고려청자사업소도 높이 90cm 정도의 청자를 만든 적은 있지만 1m가 넘는 작품은 생산하지 못했다.

작품을 구입한 60대 사업가는 지난달 개최된 청자문화제 기간에 도강요에 전시된 작품의 크기와 곡선, 색상에 반해 구매 의사를 밝혔고 즉석에서 1억 원에 계약했다.

윤 씨는 5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대작의 경우 건조 과정에서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형태가 비틀어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대형 물레 위에 작품을 얹고 수시로 위치를 바꿔 주는 등 정성을 쏟았다.

윤씨는 27년 전에는 직업이 약사였다. 조선대 약대를 졸업한 뒤 고향인 강진군 칠량면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청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처음 청자를 만드는데 점토의 감촉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나만의 청자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약사 일을 접고 도공의 길로 들어섰지요.”

윤 씨는 “판매가 1억 원은 높아진 강진청자의 위상을 상징하는 가격”이라며 “남이 하지 않는 일에 뛰어들어 성공했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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