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는 지금 ‘물 반 고기 반’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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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새벽 전남 목포수협 공판장에서 막 잡아온 조기와 갈치를 놓고 중매인들이 경매를 하고 있다. 최근 서해안에서 홍어, 오징어, 조기, 갈치가 많이 잡히면서 어부들이 모처럼 찾아온 풍어에 흥겨워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27일 새벽 전남 목포수협 공판장에서 막 잡아온 조기와 갈치를 놓고 중매인들이 경매를 하고 있다. 최근 서해안에서 홍어, 오징어, 조기, 갈치가 많이 잡히면서 어부들이 모처럼 찾아온 풍어에 흥겨워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조기가 얼마나 많이 잡히는지 배가 그물째 싣고 온당께.”

26일 새벽 전남 목포시 금화동 목포수협 수산물공판장.

부둣가의 대낮처럼 불을 밝힌 어선에서 고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갈치, 왕새우, 참조기를 가득 채운 상자가 공판장에 겹겹이 쌓인다. 한쪽에선 어부들이 그물째 싣고 온 배에서 조기를 털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상인과 값을 흥정하는 중매인의 목소리에서 흥이 묻어난다.

양현승(45) 씨는 “20년 넘게 중매일을 했지만 요즘 같은 풍어는 처음”이라며 “배들이 철 따라 만선을 이루면서 포구가 활기로 넘쳐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오전 5시부터 3시간 동안 공판장에서는 갈치 1300상자, 왕새우 2600상자, 조기 150상자가 팔려 나갔다. 이날 공판장에서 거래된 액수는 2억9000만 원. 평일에 비해서는 조금 적은 편이지만 많을 때는 6억 원이 넘는다.

전남 서남해가 풍어로 출렁이고 있다. 홍어를 시작으로 꽃게, 병어, 오징어, 조기, 갈치 등 계절별로 황금어장이 형성되면서 어민들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쇠락해 가던 선창가도 덩달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올해 홍어와 꽃게 어획량은 각각 27t과 7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늘었다. 참조기는 3년째 풍어다. 동해안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8, 9월에 서해 흑산도근해로 몰려 412t이나 잡혔다.

서남해가 ‘물 반 고기 반’이 된 것은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 서해는 조류가 세지 않아 이런 영향이 더 크다.

올해는 가을 날씨가 예년보다 더운 것도 한몫했다.

수산 당국에서는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싹쓸이 조업의 주범인 소형 기선저인망을 꾸준히 없애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은 것도 어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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