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변호사들, 공탁금 가로채고… 고소취하서 묵혀두고…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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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호사는 1999년 사기 혐의로 재판 중인 의뢰인의 사건을 맡았다. 의뢰인은 피해자들과 합의한 뒤 A 변호사에게 합의서와 고소취하서, 탄원서 등을 넘겨줬다. 하지만 A 변호사는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의뢰인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뢰인이 검찰에 진정을 하자 A 변호사는 8000만 원의 합의금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200만 원만 준 뒤 나머지는 차일피일 미뤘다. 사건은 소송으로 이어졌고 법원은 “의뢰인에게 729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A 변호사는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A 변호사는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2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B 변호사는 부동산의 강제 처분을 막기 위해 의뢰인이 공탁금 명목으로 준 3090만 원을 받은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 그렇지만 B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공탁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변호사 선임이 취소된 뒤에도 수임료 2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아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았다.

변협이 2002∼2005년 징계 결정을 내린 99건의 사례를 모아 25일 펴낸 ‘징계사례집’에는 변호사 비리의 천태만상이 망라돼 있다.

유형별로는 변호사 사무장 등을 통해 사건을 수임하고 알선료를 준 사례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불성실한 변론이 9건, 성공 보수를 미리 받은 사례와 소송 위임장을 내지 않은 경우가 각각 8건이었다.

검사로 재직하던 때 수사 지휘를 했던 사건의 피의자 변호를 맡은 C 변호사는 과태료 2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처럼 수임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3건이었다.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않아 징계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필리핀 마닐라의 호텔 카지노에서 5회에 123만여 달러(약 12억 원)의 도박을 한 변호사, 돈을 주고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변호사도 징계를 받았다. 구치소에 몰래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가 재소자가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줬다가 과태료 300만 원을 낸 변호사도 있었다.

변협이 이번에 징계사례집을 통해 스스로 ‘치부’를 공개한 것은 자정 노력의 일환이다.

천기흥 변협 회장은 간행사를 통해 “더욱 엄격하고 원칙에 따른 징계권의 행사만이 국민의 신뢰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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